[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7·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안정 위험을 일부 낮추고 정책 운신의 폭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앞선 금리 인상을 두고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표현한 데 이어 이번 동결을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평가하며 시간을 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과 물가 압력은 지난 8월보다 오히려 강해졌다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과 8월 연속으로 두 번 금리를 인상해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며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국내 여건에 맞게 정책을 펼칠 운신의 폭을 얻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를 상당 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도 각각 2.9%, 2.8%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2.5%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동 사태와 주요국 통화정책, 미국 정책 변화,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가 인상에 앞서 두 차례 선제 인상의 파급 효과와 향후 데이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신 총재와의 일문일답.
Q.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에 동의했다. 최근 긴축 메시지와 결이 달라진 것 아닌가. 이번 동결을 다음 달 인상을 위한 속도 조절로 봐도 되나.
= 8월 회의까지 돌아가 설명드리겠다. 7월과 8월 연속으로 두 번 금리를 인상하면서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고 말씀드렸다.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국내 여건에 맞게 정책을 펼칠 운신의 폭을 얻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시장 변동성이 있었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선제적으로 정책을 쓴 결과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과 금융취약성 확대 속도가 둔화됐다고 평가한다.
8월 회의 때 정책 결정을 두고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말씀드렸다. 이번 동결은 그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보시면 된다.
다만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8월보다 강한 측면이 있다. 저희가 8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전망했는데 현재 판단으로는 이보다 상당 폭 높을 것이다. 구체적인 수정 전망치는 11월 회의에서 발표하겠다. 근원물가도 올해는 대체로 8월 전망에 부합하겠지만 내년에는 당시 전망치인 2.5%보다 좀 더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만장일치라고 해서 긴축 메시지가 약해졌다고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다.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소통하는 방식에는 여러 관행이 있다. 소수의견을 통해 소통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평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8월보다 강한 만큼 지금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
Q. 선제 대응으로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인가. 앞으로 지표가 계속 인플레이션과 경기 개선 방향으로 나타나면 추가 대응 가능성이 큰가.
= 이번 동결은 8월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말씀드렸다. 여러 효과가 있다. 우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환율도 하향 안정됐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를 낮추고 특히 저소득층 구매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한은 분석을 보면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1분위 취약가계 구매력이 0.4%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양극화 완화에도 환율 안정이 도움이 된다. 금융안정은 상당히 천천히 움직이는 지표다. 금융취약성을 낮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선제 대응을 통해 상승 기울기를 완화하고 둔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선제적인 '호미질'을 통해 얻은 것은 국내 경제 상황에 맞게 정책을 펼칠 운신의 폭이다. 환율 안정과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구매력이 개선됐고 금융안정에도 도움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벌었다.
Q.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데 코로나19 이후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나.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나.
= 구조적인 문제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최근 외부 충격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충격이 한 번 발생하고 여파가 사라진 뒤 다른 충격이 왔다면 최근에는 충격이 워낙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충격의 효과와 다음 충격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다. 현재 가격 측면에서 나타나는 비용 전이 과정과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각각의 영향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Q. 원·달러 환율이 고점 대비 많이 하락했다. 여전히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보나.
= 환율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초여름에 나타났던 고환율은 비정상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본다. 이후 환율이 빠르게 하락한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되돌리는 과정이었다. 8월 기자간담회 당시 환율이 1380원 수준이었고 현재는 1325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하락 속도가 완만해졌고 변동성도 많이 줄었다.
Q. 환율에서는 레벨과 변동성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
=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레벨 자체를 보면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실효환율 기준으로도 현재 원화는 과거 평균보다 약세인 것이 사실이다. BIS 실효환율은 달러 대비 환율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별 가중치를 반영해 통화가치를 보는 지표다. 장기 평균이 약 101 정도인데 8월 말 기준으로는 89 정도였다. 숫자가 높을수록 통화가 강하다는 의미다. BIS 실효환율 기준으로도 원화는 아직 약세다. 원화가 강세로 가면 득실이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 구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환율은 교역을 중개하는 가격변수이지만 그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징하는 중요한 가격이다. 통화가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시장의 중심을 잡고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Q. 원화 국제화와 24시간 거래, 역외 결제시스템 추진 상황은 어떤가.
= 원화 국제화에는 두 축이 있다. 하나가 7월 시작한 24시간 거래이고 두 번째가 역외 결제시스템이다. 역외 결제시스템은 내년 1월부터 실제 가동할 예정이다. 거래시간 확대 이후 거래량과 역외 시간 거래가 늘어난 부분은 있다. 다만 종합적인 효과는 결제시스템이 실제 가동된 이후 점검해 다시 말씀드리겠다.
Q. 국내 국채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약화되는 것 아닌가.
= 전 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다. 어느 나라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재정이 매우 건전한 국가들도 장기금리가 많이 올랐다. 다만 국가별 차이는 분명하다. 재정이 튼튼한 국가들은 장기금리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재정 여건 외에도 글로벌 투자 수요 등 장기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Q. AI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실질중립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나. 한국도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나.
= 시장에서는 투자재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도 회사채시장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하면서 국채와 자금 수요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다.
미국 30년 국채 금리가 5.4%를 넘어선 상황에서 회사채는 가산금리를 더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더 높다. 투자적격등급 장기 회사채도 6~7% 수준까지 간다. 가산금리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인데 전체 금리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은 투자 수요와 장기자금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투자가 많이 진행되면 장기 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 거품이 아닌 이상 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IMF 총회에서도 여러 국가 관계자와 업계 인사들을 만나보면 재정 문제뿐 아니라 투자 수요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성장률이 올라가면 균형금리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실제 중립금리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는 아직 확답할 수 없고 계속 지켜봐야 한다.
Q. 정부의 확장재정과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닌가.
= 재정정책이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률을 높인다면 반드시 통화정책과 엇박자라고 볼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 다만 투자를 잘 설계하고 시장원리와 채산성을 따져야 한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투자 항목뿐 아니라 이전지출 성격의 항목도 상당히 있다. 이전지출은 일반적으로 GDP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내년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높이고 물가에는 약 0.06%포인트의 상승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영향이 낮은 것은 재정승수가 낮은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정승수가 낮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을 만들면 나중에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출을 설계할 때 얼마나 되돌리기 쉬운지도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회에서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Q. 최근 코스피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 지난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반도체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은 여전히 견조하다. 장기계약 가격과 현물가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D램 DDR5 현물가격도 한동안 45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최근에는 오르면 올랐지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수출과 투자에 대한 기존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주가는 실물경제 이외에도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고 최근 조정 폭도 컸다. 실물경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있고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추정도 있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많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부의 효과가 이전보다 커졌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소비심리와 소매지출 등을 보면 부의 효과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융서비스 소비도 거래량과 금융기관 수수료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고 주식시장 활기가 떨어지면 통계상 소비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소비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부분은 있다고 본다. 다만 큰 흐름에서는 수출과 투자에 힘입어 소비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소비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Q.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 국정감사에서도 말씀드렸다. 단기적으로는 유류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비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국제유가가 불안했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이 제한된 데 석유 최고가격제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가격구조가 왜곡된다.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야 하는데 그런 조정이 일어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MF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보조가 장기간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권고를 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장기간 지속되면 재정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어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Q. 24시간 외환시장 개장 이후 역외 NDF 거래가 역내로 들어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 원화 국제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7월에 24시간 거래를 시작했고 한국은행 원화 국제결제망도 아직 시범 운영 중이어서 실제 효과를 충분히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24시간 거래 이후 NDF나 DF 거래가 소폭 증가하는 조짐은 있다. 규모 자체는 아직 크지 않지만 야간 거래에서도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 국제결제망이 실제 가동되고 해외 외국계 은행 등이 RFI로 참여해 결제망에 연결되면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단순히 환율 변동성 문제를 넘어선다. 원화가 국제적인 위상을 인정받고 국제통화로 발돋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통화에 대한 신뢰는 금리나 통화정책뿐 아니라 통화제도 자체가 얼마나 신뢰받느냐에도 영향을 받는다. 원화 국제결제망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Q.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성장과 물가가 예상보다 높다면 시장이 보는 최종금리 수준도 높아져야 하나.
= 채권시장에서 추정되는 시장의 금리 전망은 계속 참고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반드시 시장 전망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이를 참고해 판단을 계속 가다듬겠다. 열린 마음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
Q. 미국이 12월에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준의 추가 인상이 한국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나.
= 7월과 8월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운신의 폭을 확보했다고 말씀드렸다. 연준의 결정은 중요하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여건과 금융자산 가격을 통해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덕분에 연준의 결정이나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국내 상황에 맞게 정책을 펼칠 여력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주의 깊게 볼 것이다. BIS 회의 등에서도 다른 중앙은행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일단 앞서 '호미질'을 했기 때문에 그 결실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리겠다.
Q. 내년 근원물가 전망이 기존 2.5%보다 높아진다면 긴축 사이클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나.
= 2.5%는 근원물가 전망이다.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는 2%지만 이를 당장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장과 다른 여러 경제 여건을 함께 감안해 통화정책을 판단하는 원칙이 있다. 내년에 반드시 2%를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후년 정도에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가까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 금리에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건전성, 글로벌 유동성, 시장 심리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많이 올랐지만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금리는 통화정책과의 직접적인 관계보다 시장 상황과 위험회피 성향, 장기 유동성 등과 더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환율과 금리의 관계도 중요하다.
따라서 내년 근원물가가 8월 전망치보다 높아진다는 사실만으로 국채 금리나 최종금리 수준에 큰 시사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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