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프랑스의 재정불안이 심화하면서 한국 국고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 국채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채에 자금이 유입돼 국내 채권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일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프랑스 재정불안, 국고채에는 어떤 기회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4.9% 수준까지 올랐다.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약 145bp(1.45%포인트)로 확대됐다. 올해 중반 60~80bp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뚜렷해진 셈이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약 119%에 달한다. 올해 재정적자도 GDP의 5.4%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증세와 지출 절감을 통해 적자비율을 5% 안팎으로 낮출 계획이지만, 유럽연합(EU)의 기준인 3%를 여전히 크게 웃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의회 내 분열과 긴축에 대한 반발에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지출 삭감과 세입 확대에 합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즉각적인 지급불능 위기보다 정치적 교착이 재정 신뢰와 차환 여건을 약화시키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iM증권은 프랑스의 재정불안이 유로존 전체의 금융위기로 번지기보다는 단계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관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프랑스 정부의 재정 조정과 EU의 이행 점검이 우선이며, 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인 통화정책 전달보호장치(TPI)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과거 유럽 재정위기 당시의 자금 흐름을 주목했다. 2011년 하반기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4.88%에서 6.98%로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독일 국채금리는 2.99%에서 1.85%, 미국 국채금리는 3.17%에서 1.88%로 하락했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국가별 금리 차별화가 나타난 것이다.
한국 국고채 역시 당시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외국인은 2010년 24조2800억원, 2011년 17조6100억원, 2012년 4조9800억원 등 3년간 총 46조8600억원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던 2010년과 2011년에도 매월 순매수가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원화 약세만으로 외국인 채권 이탈을 판단하거나, 외국인 현물 순매수만으로 국고채 강세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5월에는 외국인이 국고채를 3조9300억원 순매수했지만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1bp 상승했다. 2012년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더해지면서 국고채 금리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번에도 프랑스발 불안이 국내 채권금리의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속적인 금리 하락에는 국내 물가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프랑스 국채에서 이탈한 자금의 한국채 대체 매수 가능성과 유럽계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 가능성이 공존하는 만큼, 향후 외국인 수급과 국내 외화조달 여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