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SK하이닉스 주가가 150만원선마저 무너졌다. 52주 최고가 300만원대에서 절반 이상 빠졌지만 증권가의 계산은 정반대다. 보수적인 목표가조차 현 주가의 두 배를 넘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9.10%(14만6000원) 떨어진 145만9000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45만7000원까지 밀렸다. KRX·NXT 통합 기준 52주 최고가 300만2000원과 비교하면 51.4% 낮다.
전날에도 코스피가 3.65% 급락한 가운데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기술 추격 우려가 미국 반도체주 약세로 번진 데다 외국인 수급 부담까지 겹쳤다. 13일에도 반도체주 약세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낙폭은 지수보다 컸다.
그러나 최근 리포트에서 증권사들이 주목한 숫자는 현재 주가가 아니라 2027년 이익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내년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05조~454조원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화 환산 실적에 불리한 환경까지 반영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가격 강세가 이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SK증권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12일 목표주가 400만원을 유지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을 79조원으로 전망했다. 시장 컨센서스 74조원을 약 7% 웃도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가정을 낮추고도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보다 높인 435조원으로 잡았다.
한동희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메모리 업황 둔화 시작, 감익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며 "메모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하며, 시장은 아직 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SK증권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와 장기공급계약(LTA), 2027년 HBM 가격 강세를 근거로 들었다. HBM 판가는 내년에 올해보다 8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주가 하락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1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올렸다. 3분기 영업이익은 80조1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꼽혔던 높은 HBM 비중이 HBM4 공급 본격화 이후 오히려 이익 증가 요인으로 바뀔 것으로 봤다.
김선우 연구원은 "그간의 상대적 실적 열위는 이제 반전된다"고 평가했다. 내년 1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65% 오를 것으로 추정했고,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454조원으로 높였다. 메리츠증권은 "2027년 메모리 공급부족은 명확하다"면서 "최근 주가 조정이 장기적인 이익 전망과 맞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하나증권도 목표주가 36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03조원에서 405조원으로 상향했다. 원·달러 환율 가정을 1465원에서 1340원으로 9% 낮췄는데도 이익 추정치는 오히려 올렸다. 서버·데이터센터용 D램에 이어 모바일용 LPDDR까지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주주환원도 주가와 증권가 전망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변수다. 김록호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실적 상향과 주주 환원이 겹치며, 주가 회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370만원과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을 유지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을 75조7000억원, 2027년 영업이익을 454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은 올해보다 113% 오른 Gb당 3.31달러로 전망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은 지금의 주가 약세를 단순한 오판으로 보지는 않았다. 손 연구원은 "시장의 시선과 실제 업황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가격 상승률 둔화를 업황 정점 신호로 보는 시각과 2028년 공급 증가, AI 수요 둔화 우려가 반복되는 만큼 실적 호조만으로 주가가 곧바로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