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보상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로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밝혔다.
12일 최 회장은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리더십 익스체인지(ELE)' 첫 세션 연사로 나섰다. 최 회장은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예산 투입과 홍보 위주여서 사회적 성과를 재는 체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행복도시락·행복나래·사회적기업 MBA·사회적가치연구원 등 지원 기반을 만들어 온 과정도 소개했다. 정밀한 가치 측정에 따르는 거래 비용 문제는 최근 AI 기술 발전으로 풀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운영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이윤 추구에 더해 사회적 가치 창출도 보상받는 구조로 자본주의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SPC는 최 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사회문제를 푼 성과를 측정하고 그만큼 보상하자는 취지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이 낸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해 비례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WEF 슈왑재단 총회에서는 측정한 사회적 가치를 시장에서 사고파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 실험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 논의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ELE는 SEWF가 한 나라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현장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새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SEWF는 첫 개최지로 한국을 골랐다. 행사는 15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며 15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한다. 스코틀랜드 기업부 장관과 싱가포르 테마섹 재단 관계자 등이 서울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을 돌며 한국 사회적경제의 정책·금융·시장 구조를 살핀다.
SEWF는 2008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출범한 사회적 기업 분야 국제 네트워크다.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 연례 포럼에는 65개국 이상에서 1000명 넘게 참석했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번 행사에 맞춰 한국 사회적경제 생태계 20년을 분석한 공동보고서도 냈다. 보고서는 한국을 새로운 정책과 시장 장치를 계속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소개했다.
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지난 8일 '임팩트 이코노미' 보고서를 함께 펴냈다. 두 기관의 세 번째 공동보고서다. 최 회장은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썼다.
보고서는 사회문제 해소의 중요성은 커졌는데도 돈이 흘러들지 않는 원인을 '임팩트 역설'로 설명했다. 혜택은 여럿이 누리지만 비용은 한쪽이 내는 점, 경제적 효과가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점, 사회성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지만 기업 판단은 단기적인 점, 여러 주체가 함께 만든 성과에서 기여도를 가리기 어려운 점 등이다.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를 사고 투자하려는 수요를 키울 규제·투자·금융 연계·다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SK의 SPC도 주요 사례로 실렸다. 이 보고서는 12~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라는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을 줄여 더 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며 "사회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연결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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