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경쟁사 발행어음 '특판 러시' 속 첫 상품 쏠린 눈


연 5%대 유치전 압박…부동산 편중 탈피·역마진 관리 시험대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메리츠증권은 이르면 이달 말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메리츠증권이 국내 9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최종 인가를 받은 지 2주가량 지났지만 아직 첫 상품의 베일이 벗겨지지 않았다. 앞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연이어 고금리 특판으로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메리츠증권이 어떤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을지 시선이 쏠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은 한 달 만에 두 번째 발행어음 특판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같은 달 21일 출시한 연 4.3% 금리, 1000억원 한도의 1차 상품은 이틀 반 만에 완판을 기록했으며, 기세를 몰아 10월 12일 1차 상품과 동일한 금리의 2차 상품과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CMA)형 상품도 유기적으로 출시한 상태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 9일 한글날 기념 특판을 통해 연 5.80%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품을 출시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양사의 발행어음 특판 상품 역시 앞서 판매한 발행어음 상품들이 단기간에 한도를 채워 판매된 만큼 완판이 유력한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달 23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메리츠증권이 후발주자로서 초기 인지도를 확보하고 대규모 리테일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최소 연 5.5%에서 5.8% 안팎의 파격적인 오픈 특판 금리를 책정할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경쟁사들이 선점한 고금리 상품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은 단순한 수신 경쟁을 넘어 체질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 타 증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의 상품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필두로 한 부동산 금융에서 독보적인 수익을 올리며 성장해 왔으나, 발행어음 인가 사업자는 법적 의무 비율에 따라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혁신·벤처기업 등 생산적 금융인 기업금융(IB)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금리 특판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모으기보다는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할 수 있는 비부동산 영역의 투자처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8조3500억원으로, 발행어음 발행 한도는 200%인 최대 1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막대한 자금 조달 여력을 과거 주력이던 부동산 금융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지분 투자, 신성장 기업 대출, 비부동산 금융 등 영역으로 매끄럽게 안착시켜야 하므로 초기에는 자금 조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평이한 구조의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무리한 고금리 조달에 따른 역마진 부담과 리스크 관리 역시 이런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대형사 수준의 높은 약정 수익률을 보장할수록 증권사가 짊어져야 할 자금 조달 비용은 커져서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대규모로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용해 조달 비용을 웃돌 만한 비부동산 투자처를 신속하게 발굴하지 못하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의 첫 발행어음 상품 출시 시점은 내부 전산 시스템 구축과 심의 절차 등을 마무리한 후 10월 말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도 최근 금융감독원 간담회 후 취재진을 만나 "10월 말이 될 것 같다"며 "인가가 최근에 났으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상품의 형태나 금리 조건 등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재 현업 부서에서 첫 발행어음 상품 출시를 위해 시기와 내용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확정되는 내용이 있으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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