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금융사기 '사전 차단'에 총력…AI·경찰 전문인력 전면 배치


3년 새 피해액 3배…분업·국제화·AI 결합에 금융사기 갈수록 지능화
전담부서·경찰 출신 전문가·FDS '삼중 방어'…AI 활용 확대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12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금융사기 트렌드와 더불어 우리은행의 대응전략 등을 발표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금융사기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외 범죄조직의 분업 구조까지 결합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금융사기 대응의 무게중심을 '사후 구제'에서 '사전 차단'으로 옮긴다. 금융사기 전담조직과 경찰 출신 전문인력,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결합한 대응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생성형 AI와 통신정보를 활용한 신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이상거래를 피해 발생 단계 이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사기 환경 변화와 주요 피해예방 사례, 향후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최근 금융사기의 가장 큰 변화로 범죄의 '산업화'와 '분업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하나의 조직이 피해자 유인부터 자금 세탁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면 최근에는 개인정보 확보, 악성 애플리케이션 개발, 피해자 유인, 자금 이동과 세탁 등이 각각 전문 조직으로 나뉜 병렬형·모듈형 범죄 네트워크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전 수석은 "예전에는 하위 조직을 검거하면 총책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특정 기능이 노출되면 해당 조직만 잘라내고 교체하는 구조"라며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기 피해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2025년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SNS, 메신저 이용이 일상화되고 생성형 AI까지 등장하면서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도 크게 늘었다.

특히 범죄 거점은 중국과 대만을 거쳐 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으로 이동한 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등으로 다시 분산되는 양상이다. 범죄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는 데다 조직 자체도 소규모로 쪼개지면서 기존 수사와 국제공조 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피해자와 장기간 관계를 형성한 뒤 거액을 뜯어내는 '피그부처링'과 이미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피해금 회수를 미끼로 다시 접근하는 '리커버리 스캠' 등 새로운 수법도 확산하고 있다.

피그부처링은 SNS나 메신저에서 피해자와 친분이나 연인관계를 형성한 뒤 소액 투자와 실제 출금 경험 등을 제공해 신뢰를 쌓고 점차 투자금액을 키우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돈을 찾으려 하면 추가 입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한다.

리커버리 스캠은 금융사기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피해 내역을 확보한 뒤 수사기관이나 피해구제기관, 법무법인 등을 사칭해 피해금을 찾아주겠다며 다시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 수석은 이를 "가장 악랄한 금융사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이런 금융사기의 특성상 피해가 발생한 뒤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수석은 국회 정무위원회 박정훈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금융사기 피해금 환급률이 약 2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범죄조직이 피해금을 받은 직후 다수 계좌로 소액 분산하는 '스머핑'과 가상자산 전환, 믹싱·체인호핑 등을 반복하면서 자금 추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피해 발생 이후 대응보다 거래 단계에서 금융사기를 차단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은행권 최초로 경찰 출신 금융사기 전문가를 영입했다. 전 수석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하며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를 담당한 뒤 지난해 우리은행에 합류했다.

예방체계의 핵심은 FDS다. 고객의 계좌이체와 출금, 로그인 정보, 금융거래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소와 다른 거래가 감지되면 고객에게 직접 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한다.

우리은행은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금융권 공동 정보공유 플랫폼인 ASAP를 연계해 '탐지-분석-공유'로 이어지는 삼중 방어체계도 구축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FDS에서 탐지한 의심정보 639건을 AML 부서에 전달했고 이 가운데 83건이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도 ASAP를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실제 피해 차단 사례도 공개됐다. 한 고객이 지인에게 투자한다며 2억9000만원을 송금한 사례에서는 송금인과 수취인이 서로 다른 친인척 관계를 진술한 점을 FDS 담당자가 포착했다. 우리은행은 계좌를 임시 정지했고 이후 금융사기 신고가 접수되면서 약 2억6000만원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

대출금을 이용해 금을 구입한 뒤 범죄조직에 전달하려던 고객의 피해를 차단한 사례도 있었다. 고객은 이미 다른 금거래소를 통해 1억3000만원을 송금한 상태에서 추가로 대출받은 1억8000만원어치 금을 구매하려 했지만 우리은행이 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파악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이 같은 탐지체계를 생성형 AI 기반으로 한 단계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금융·통신정보 실시간 연계를 완료했으며 전자금융 FDS와 로그인 정보, 상품 이용 정보, ASAP 위험계좌 정보 등을 결합한 차세대 FDS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기존 탐지 규칙을 반복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금융사기 패턴과 이상징후를 발굴하고 신규 탐지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를 진행한다. 향후에는 AI가 새 위험패턴을 탐지하면 거래 단계에서 자동으로 제한하는 방향까지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는 피해가 발생하고 나면 이미 늦는다"며 "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피해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보호와 금융소비자보호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금융사기 예방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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