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지정자료에서 계열사 80여 곳을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호선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 회장에게 벌금 50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 동안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앞서 성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본인과 친족 등이 보유한 계열사 82곳을 빠뜨려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한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은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비롯해 두 딸과 남동생, 조카 등이 소유한 회사 등 총 82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이들 회사의 자산 합계액은 약 3조2400억원으로, 공정위가 적발한 동일인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공정위는 영원그룹이 3년간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해 부당 내부거래 금지와 공시의무 등 규제를 피했다고 보고 지난 2월 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성 회장을 약식기소했으나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 회장이 고의로 지정을 회피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 회장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2023년께 자료 제출 누락 사실을 인지한 이후 자진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누락된 회사 82곳 중 79곳은 성 회장 측과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계열제외 판정이 이뤄졌다"며 "신고가 누락된 회사 대부분을 성 회장이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회사들도 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고 기업집단 지정 회피 의도가 있었다거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 회장이 한국 경제 발전에 상당한 이바지를 해온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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