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진료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대한 환자 피해 등 우려가 쏟아졌다. 국회는 약 배송이 시범사업을 거쳤음에도 제대로 된 통계나 사후평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법 시행 이후 효과와 대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는 12월24일 시행 예정인 비대면진료 관련 개정의료법에 따라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희귀질환자, 1·2급 감염병 환자 등 5개 의료 취약계층에 한해 약 배송이 허용된다. 그러나 법 시행 전인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국무조정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전면적인 약 배송 허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며 논란이 일었다. 대한약사회 등 약업계와 시민단체는 법 시행 전에 전면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복지위원장은 증인으로 참석한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를 향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약 배송이 113만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중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들은 1.9%에 불과하고 주 이용객이 30·40·50대였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그 분포가 맞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이 당시 복약지도가 어떻게 이뤄졌냐고 묻자 정 대표는 "약사들이 환자와 전화로 복약지도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실제 복약지도 실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남아있는지를 묻자 정 대표는 "제출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제가 알기로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경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약 배송이 이뤄졌지만 시범사업 기간 동안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나 사후평가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면 확대를 논의하자고 발표한 것, 그리고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발표한 부분은 약사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 배송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오배송, 배송 지연, 분실 등은 환자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113만건에 대한 데이터가 정부에도, 어디에도 없다.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면 이 또한 처음 시행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데이터가 아무것도 없다"며 "법 시행 후에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하고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환자 편익을 위한 약 배송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 대표는 "사회적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그동안 플랫폼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가이드라인,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가감 없이 공유해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논의해 나가겠다"며 협의체 참여 의지를 밝혔다.
그는 "실제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많은 환자들이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대면으로 수령하는 과정에서 의약품 수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상생을 위해 함께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다르게 사용 여부에 따라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입법 자체가 시행되기도 전에 새로운 안으로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없이 던진 건 무리아닌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약 배송 문제에 대해서는 법 시행 후에 어떻게 효과가 나타나는지, 대비책이 있는지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15년 만에 이룬 합의"라며 "합의하기까지 의료계와 약업계, 시민사회 등 많은 분들의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거쳐 합의했기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된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 빌미를 줬다"며 "정부가 약 배송 전면화를 논의하겠다고 한 것은 15년에 거쳐 이룬 합의에 대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를 시작해보겠다고 발표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정밀하게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나 시민단체의 의견이 있어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전면확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