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동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조기 소진 단계에 접어들면서 최근 이어오던 주가 오름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10월 초 실적발표와 옵션만기일 도래 등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어 향후 주가 향방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총 55조원(SK하이닉스 40조원, 삼성전자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기준 각각 100%, 76.24%의 자사주 취득을 기록했다. 주가 안정을 위해 매입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대규모 물량이 소진된 결과다.
양사의 자사주 매입 효과는 탁월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이 공시된 8월 하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해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8월 19일 156만1000원에서 출발해 9월 장중 최고 198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단기간에 급격한 반등 랠리를 겪었다. 최근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170만원대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자사주 매수세가 지지선 역할을 하며 10월 1일 기준 183만3000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직전인 8월 21일 종가(26만7000원) 대비 급격한 반등세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1일 기준 27만4500원을 기록하면서 저점 방어는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주가 하방을 가까스로 지탱하던 자사주 매입 호재가 이달 안에 소멸한다는 것은 시장 우려로 남아 있다. 확정적인 매수 주체가 사라진 자리를 외인이나 기관이 받아주지 못한다면 심리적 지지선 붕괴와 수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수급 공백 우려 시점이 10월 초 대형 이벤트들과 맞물려 있어 긴장감을 더한다. 8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장중에는 코스피 개별주식 옵션만기일 청산 물량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또 8일 장 마감 전 약 18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주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의 정기 리밸런싱, 27일 SK하이닉스의 3분기 경영실적공시 등이 연이어 대기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 효과가 떠난 자리를 외인 매수 등이 얼마나 채워주느냐가 향후 양사의 주가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지목한다. 대규모 차익실현 물량이 정리되면 시장 시선은 자연스레 기업 실적 등 펀더멘탈과 업황 전망에 민감한 상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는데도 종료 시점은 이미 예견된 일정인 만큼, 이에 따른 수급 공백 우려도 주가에 선반영돼 추가적인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시장이 이를 완충할 시간을 가졌으며, 자사주 매입 가동 기간 누적된 대규모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가 장기적으로 주가당 가치를 높여 하방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 방어의 중요한 축인 자사주 매입은 종료가 예정된 이벤트"라며 "반등이 추세로 이어지려면 실적 확인 후에도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며 자사주 매입 이후의 수급 공백을 메워야 한다. 실적 확인을 계기로 외국인의 매도가 줄거나 순매수로 전환되는지가 반등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수급 공백이 발생하며 하단이 약해질 수 있겠으나, 3분기 실적이라는 펀더멘털 이슈가 하단을 지지해 줄 것"이라며 "반도체주의 추가 주주환원 발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사주 매입 빈자리는 일시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