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건희 컬렉션'이 영국 런던에서 전시된다.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에 이어 세계적인 문화도시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한국 문화의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삼성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예술의 오랜 역사와 창의성을 유럽에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1984년 이후 영국박물관에서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지난 2021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와 올해 시카고에서 특별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영국 특별전은 한국 문화의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무대를 더욱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이번 전시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현대까지 약 2300년에 걸친 한국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폭넓게 조명한다. 고대 금속공예와 불교미술부터 고려청자, 조선시대 회화·공예, 근현대 미술까지 시대별 작품을 통해 한국 예술이 오랜 시간 변화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영국박물관 전시에는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이 포함된다. 특히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 미국 순회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새롭게 선보여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순회전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 등 주요 작품들도 영국박물관에서 다시 관람객을 만난다.
영국박물관은 1984년 2월부터 5월까지 '한국의 보물: 5000년의 미술'전을 열고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독일 쾰른과 함부르크로 이어지며 한국 미술과 문화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박물관은 2000년 상설 한국관을 개관하고, 2014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전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는 등 한국 문화와 예술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이번 특별전은 이 같은 교류의 역사를 바탕으로 42년 만에 한국 미술을 다시 대규모로 조명하는 자리다. 영국박물관은 특별전에 맞춰 한국 미술 2000여년을 다룬 공식 도록도 선보이는 등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을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문명과 예술을 소개해 온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을 대규모로 조명함으로써, 전 세계로 확산된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갈라 디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이 참석했다. 갈라 디너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는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참석해 특별전 개막을 축하했다.
갈라 디너에는 영국 정·관계 인사와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계 주요 인사 등 240여명이 자리해 한국 문화유산과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은 갈라 디너 인사말을 통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이크 로 등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7월 한국 부산시 남구 재한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 앤 공주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과 영국이 오랜 시간 이어온 인연을 강조했다.
갈라 행사는 글로벌 기업·기관의 주요 경영진과 교류하고 미래 사업의 접점을 넓히는 민간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카이 베크만 Merck CEO, 안드레아스 페허 ZEISS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imec CEO 등 삼성전자와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글로벌 핵심 파트너들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가족의 문화유산 보존과 나눔의 철학도 소개했다.
그는 "이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으며 이 선대회장은 이를 이어 평생에 걸쳐 작품을 수집하면서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홍 명예관장은 고대와 현대 작품을 아우르며 컬렉션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다"며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지 오스본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은 축사에서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에 기여한 이 선대회장과 가족들의 헌신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종 주영한국대사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기에 2000년 한국 역사를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게 돼 더욱 뜻깊다"며 "이 선대회장의 혜안과 비전에 경의를 표하고 이번 전시를 지원한 이 회장과 삼성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영국 특별전에는 많은 세계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DC에서 시작된 첫 해외 순회전은 약 8만명이 방문하는 등 최근 10년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중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올해 3~7월 열린 시카고 전시에는 워싱턴DC보다 40% 이상 늘어난 약 11만5000명이 방문했다. 첫 전시의 호응이 2번째 개최지에서 더 큰 관람 열기로 이어지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문화계 관계자는 "해외 순회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해외에 처음 선보이는 것을 넘어 K팝과 영화·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앞으로도 한국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미래 사업 성장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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