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자사주 2조원 소각에도 주가 잠잠…시장 시선은 '실적'


911만주 이어 추가 소각…순이익 3분의 1 주주환원 정책까지
2분기 영업익 사상 최대지만…신규 제품 이익 성장 관건

셀트리온이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54만4299주를 오는 30일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2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진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셀트리온이 올해 약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고 주주환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과 연간 순이익의 3분의 1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중장기 정책까지 내놨지만 반등세는 뚜렷하지 않다.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자 주식 수를 줄이는 주주환원보다 실적 성장 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자사주 54만4299주를 오는 30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자사주 911만주를 소각해 약 1조7154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단행했다. 올해 새로 매입해 소각하는 자사주까지 합치면 소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31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앞으로 연결 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의 33%를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활용하고, 현금 환원이 필요할 경우 배당을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날(22일) 17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9만원을 웃돌던 때에 비해 7% 이상 낮고 지난 2월 기록한 연중 고점 23만9245원과 비교하면 25% 이상 낮다. 지난 6월에는 15만7700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지만 20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국내 증시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실적과 주가 사이의 괴리도 나타난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1450억원, 영업이익 3219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매출 1조3937억원, 영업이익 4518억원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한 데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6.3% 증가했다.

신규 제품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를 비롯해 옴리클로, 앱토즈마 등 후속 제품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전체 바이오제품 매출에서 신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로, 2024년 38.4%, 2025년 54%보다 확대되고 있다.

실적 성장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억제되면서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27.62배로, 코스피 제약업종 평균 35.63배보다 약 22% 낮다. 이에 따라 유통주식 수 감소보다 실제로 기업 전체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단순한 주식 수 감소보다는 기업의 미래 성장 모멘텀에 기반해 밸류에이션 배수 자체의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 핵심 변수로 고수익 제품의 시장 안착과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를 꼽고 있다. 짐펜트라가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고, 옴리클로와 앱토즈마 등 신규 고수익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기존 1세대 제품의 약가 인하 압력을 상쇄해야 한다. 여기에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보물질에서 유의미한 임상 결과가 도출돼야 재평가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주가를 위로 올리는 핵심 동력은 실제 실적 성장과 신약 성과"라며 "신규 제품의 매출 확대가 실질적인 이익 증가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향후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9월 자사주 소각 결정은 최근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 원칙을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가는 조치"라며 "회사는 사업 성장으로 창출한 이익을 미래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에 균형 있게 배분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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