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맡기면 처분 유예…불법전용 38년 만에 양성화


농지 전수조사 후속조치…연내 특별조치법 제정

금산농관원 관계자들이 농지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 금산사무소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서 적발되는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 농지에 대해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맡기면 처분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지 내 불법 시설도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사후 추인을 통해 합법화할 수 있도록 한다. 관련 특별조치법은 연내 제정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후속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수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조사원의 현장 확인을 중심으로 한 심층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 초기부터 투기와 일반적·경미한 위반을 구분해 처리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다만 조사 취지와 목적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 현장에서 불안과 우려가 제기된 만큼, 이번 후속 조치를 통해 기존 원칙을 구체화했다.

투기성 농지에 대해서 처분 원칙을 유지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공유지분만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도 원상회복명령 등 농지법에 따른 조치를 할 계획이다.

반면 농업인끼리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한 명의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하는 등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는 농지은행을 통해 공식 임대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임차인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기존 임대차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휴경 농지도 자진해서 경작하거나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 고령농이나 상속인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 매수 희망자가 없어 방치된 농지 등이 대상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기존 임대차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농지은행을 통해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특히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 내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 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을 예정이다.

상속농지도 농지은행을 통한 정비가 가능해진다. 현행법상 상속농지는 1㏊까지 사인 간 임대가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한 농지는 농지은행에 위탁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미등기 상속농지처럼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불법 전용 농지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사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전용 신고나 허가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시설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상이다. 사후 전용 신청을 받아 요건을 검토하고 농지보전부담금 등을 납부하면 추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위장한 뒤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처음부터 다른 용도로 이용할 의도가 명백한 경우에는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목과 실제 토지 이용 현황이 다른 농지도 정비 대상이다. 장기간 임야화돼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경우 실제 현황에 맞춰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대책에 담긴 농지은행 위탁을 통한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의 사후 추인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당정은 올해 12월까지 특별조치법 제정안 마련과 국회 의결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1분기 시행 및 위반 유형별 세부 지침 배포를 추진한다. 내년 2분기에는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고령화·인구감소에 맞춰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확대하고 임차농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 정책관은 농지법 개정과 관련해 "1996년 제정된 농지법으로는 현재 상황을 충분히 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며 "제정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농지법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농지 투기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윤 정책관은 "거짓·부정 취득인지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정황을 종합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후 청문 절차를 거쳐 당사자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처분이 철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지 전수조사 결과는 향후 농지정책에도 활용한다. 조사로 확보한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적정 농지 보전과 농지 규모화·집적화 등에 활용하고, 고령농의 농지를 매입·수탁해 청년농에게 공급하는 등 농업인 세대 전환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어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현장 의견 수렴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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