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부동산의 연평균 세후 수익률이 코스피의 약 두 배로 나타난 모의분석 결과가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에 쏠린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할 세제 개편과 혁신기업의 성장자금 공급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를 주제로 개원 29주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자본시장연구원은 증권 시장을 넘어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기관으로 성장해 왔다"며 컨퍼런스의 물꼬를 텄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산별 세후 수익률을 비교하고 금융세제 개선안을 제시했다. 2013~2025년 자료로 20년 보유를 가정한 모의분석에서 연평균 세후 수익률은 서울 부동산 11.6%, 미국 S&P500 7.1%, 코스피 6.0%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로 집을 사서 거주하는 경우와 대출을 활용해 서울에서 전세로 살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투자상품은 해외 대비 장기투자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와 국내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확대를 제안했다. 부동산 보유세의 단계적 정상화와 동일 편입자산에 대한 동일 과세 원칙도 검토 과제로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돈이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점검했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한·미·일 상장기업을 비교한 결과, 국내 중소형 상장기업에서 정보성이 낮은 주가에 반응해 수익성이 낮은 투자를 집행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대형 상장기업에서는 주가가 미래 수익성을 반영하고 연구개발(R&D) 투자가 수익성을 개선해 차이를 보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에서 "투자확대보다 투자선별 능력 강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공시·회계 품질 개선과 중소 상장기업 리서치 지원을 제안하고, 기업도 매출 확대 목표보다 투자안의 기대가치와 기대수익률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희철 연구위원은 "지식·브랜드·조직역량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금융시스템의 대응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은 지난 20여 년간 부채 중심에 머물렀고,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자금조달 제약이 최근 완화됐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무형자산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금융중개 역량을 높이고, 회수기간이 긴 무형투자에 맞춰 장기 위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지식재산권(IP) 가치평가와 무형자산 공시 개선도 숙제로 언급했다.
김진영 연구위원은 벤처투자가 초기 단계에 편중된 구조를 지적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한·미 비교 표본에서 딥테크 투자 건수 중 초기 단계 비중은 한국 78%, 미국 59%였다. 전체 분석 표본의 시리즈 B에서 C로 이어지는 후속투자 전환율은 한국 30.8%, 미국 41.8%였으며, C에서 D로 넘어갈 때는 각각 18.2%, 38.3%로 격차가 벌어졌다.
후속투자에 성공한 기업만 보면 한국의 소요기간이 미국보다 일관되게 길지는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 지연보다 후속투자 기회와 투자자 기반의 공백을 핵심 제약으로 봤다. 그는 공동투자를 주도하는 '허브 벤처캐피털(VC)'의 대형화와 기관·전략적 투자자 참여 확대를 제안하고, 기존 투자지분을 거래하는 세컨더리 등 회수 경로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