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피코스메틱, 마녀공장 팔아 번 1900억 어디로


인수자에 700억 재출자·골프장 지분에 132억
본업선 재고 쌓이고 507억 현금 순유출

메디힐 운영사인 엘앤피코스메틱이 지난해 마녀공장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넘기고 1900억원을 받았다. 같은 해 회사는 마녀공장 인수 주체에 700억원을 재출자하고 골프장 지분을 132억원에 사들였다. /손원태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메디힐 운영사인 엘앤피코스메틱이 자회사였던 마녀공장 지분 전량을 지난해 사모펀드에 매각해 19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메디힐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무제표에서 그 설명을 뒷받침할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같은 해 회사는 마녀공장 인수 주체에 700억원을 재출자하고 골프장 지분을 132억원에 사들였다. 정작 메디힐 본업에서는 507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 4월 마녀공장 지분 51.87%(849만4598주) 전량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케이뷰티홀딩스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1900억원으로 공시됐다.

엘앤피코스메틱은 2009년 4월 설립된 이후 2012년 메디힐 브랜드를 출시하며 마스크팩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2016년 연 매출(연결 기준) 4015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으나, 중국발 사드 사태와 마스크팩 브랜드 난립으로 매출이 2000억원대까지 주저앉았다. 2018년 마녀공장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엘앤피코스메틱 측은 "현재 회사는 메디힐 단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마녀공장 매각 관련해) 메디힐 브랜드 성장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700억은 인수자에, 132억은 골프장에

지난해 회사가 지분 취득에 쓴 돈은 832억원이다. 이 가운데 700억원은 마녀공장을 사들인 케이뷰티홀딩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들어갔다. 마녀공장을 판 상대에게 매각가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을 다시 넣은 셈이다. 이 지분의 지난해 말 장부금액은 518억원으로, 취득 시점보다 180억원가량 감소했다.

매각 과정에서 매도인이 일부 지분을 남기거나 인수 주체에 재출자하는 사례는 사모펀드 거래에서 드물지 않다. 다만 엘앤피코스메틱은 이 지분 취득의 경위와 조건을 공시에서 밝히지 않았다.

나머지 132억원은 골프장 지분 취득에 들어갔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몽베르컨트리클럽 지분 8.34%(11만9409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엠파크로 91.66%다. 몽베르컨트리클럽은 경기도 포천시에서 18홀 회원제와 18홀 대중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엘앤피코스메틱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대회가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회사는 지난해 차입금 1135억원을 갚는 한편 단기차입금 630억원을 새로 빌렸다. 1900억원이 들어왔지만 현금성자산은 274억원으로, 전년 말(245억원)보다 2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9.9% 증가한 3234억원이었으나, 재고자산이 두 배로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07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엘앤피코스메틱 홈페이지

◆ 집중한다던 메디힐, 재고만 두 배로

집중하겠다고 한 본업 상황도 간단하지 않다. 외형은 커졌다.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9.9% 증가한 3234억원으로, 국내 매출은 31.2% 증가한 2004억원, 수출은 26.5% 늘어난 1183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남는 돈이다. 영업이익은 33.9% 급감한 69억원에 그쳤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07억원 순유출을 냈다. 전년 105억원 순유출에서 5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영업현금 유출의 주된 요인은 재고였다. 만들어놓고 팔지 못한 물량이 창고에 쌓였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867억원으로 전년(449억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1년 새 419억원어치가 창고에 더 쌓인 셈이다.

여기서 장부와 통장이 갈린다. 제품을 만드는 데 쓴 돈은 이미 나갔지만, 팔리지 않은 물량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잡힌다. 장부에는 69억원의 영업이익이 남고 통장에서는 507억원이 빠져나간 이유다.

늘어난 지출은 마케팅과 인건비에 쏠렸다. 별도 기준 광고선전비는 335억원에서 573억원으로 71.1%, 종업원급여는 237억원에서 345억원으로 45.6% 늘었다. 모두 매출 증가율(29.9%)을 웃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메디힐의 핵심 경쟁력으로 마스크팩 고급화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꼽는다. 기존 마스크팩에서 토너 패드와 세럼, 선세럼, 클렌저 등으로 라인업을 넓혀 더마 스킨케어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일본, 중국 3개 국가를 중심으로 유럽,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고 있으며 아마존, 코스트코, 울타뷰티 등 다양한 채널로도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고 급증과 케이뷰티홀딩스 재출자 배경 등에 대해 엘앤피코스메틱 측에 문의했으나, 사측은 "당사 사업계획과 관련이 있는 사항인 만큼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tellm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