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금융·공공·보건의료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과 2차 지방이전 추진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분리, 지방이전 등 노동조건과 직결된 정책이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노정협의와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17일 오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일방적·졸속적 공공정책 거부한다'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에는 한국노총 산하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산별노조·연맹 간부와 조합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의 대상 기관 선정과 통폐합 근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데다 당사자인 노동조합과의 협의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예정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공공기관 통·폐합 및 분리 등 기능개혁에서도, 지방이전에서도 노정의 실질적이고 완전한, 중층적인 협의 테이블을 만들자고 요구했다"며 "가장 중요한 대상기관 노동조합과 주무부처의 노정협의는 고려도 하지 않은 채 노정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했다고 여론을 호도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대위는 정부에 △일방적·졸속적 공공기관 기능개혁 중단 △기능개혁 대상 190여개 기관 선정 및 추진 근거 공개 △2차 지방이전의 일방적 추진 철회 △1차 지방이전에 대한 객관적 평가 △실질적인 노정협의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와 정년연장, 주 4.5일제 등 정부가 노동계와 논의해온 사안도 함께 거론했다.
금융권에서는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결정 구조를 문제 삼았다. 윤 위원장은 "임금은 정부가 총인건비로 통제하고, 인력도 정부가 통제하고, 기관의 기능과 이전까지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면서 정작 노동자와는 제대로 교섭하지 않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이 공공부문 노동자에게도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며 "노정교섭을 제도화하고 총인건비 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정 전문가가 함께 임금과 노동조건을 논의하는 민주적인 보수위원회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계에서도 공공기관 통폐합에 앞서 충분한 검증과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공기관 혁신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다"면서도 "혁신은 노동자와 시민 등 이해당사자가 함께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 공공기관 통폐합 사례에서 인력 이탈과 전문성 약화, 공공서비스 질 저하 등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공공기관 혁신은 충실한 노정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 통폐합과 지방이전 외에도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와 노동권 보장, 인력부족 해소를 위한 예산 반영 등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공공연맹은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과 노동조건 보장을 요구했다. 정정희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변화와 혁신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공공성 강화 없는 통폐합, 현장 의견수렴 없는 기능개편,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담보하지 않는 졸속 구조개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충분한 검토 없는 통폐합은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기관의 고유기능을 약화시키며 지역서비스와 국민 안전에 공백을 만들 수 있다"며 총고용·총정원 유지와 임금·복지 하향평준화 방지, 근속·호봉·직급·퇴직급여 및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했다.
공공노련은 개별 기관 사례를 들어 정부의 기능개혁 추진 과정을 비판했다. 이지웅 한국노총 공공노련 위원장은 한국석유공사와 4개 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거론하며 "한국석유공사와의 협의도 전혀 없었다"며 "한국석유공사는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항만공사의 통합은 안 된다고 말했고 공공노동계와 정부의 협의 테이블에서도 말했다"며 반발했다. LH와 관련해서는 "창사 이래 최초로 총파업 카드를 만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정부의 기능개혁 목표와 추진 속도를 비판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9월 3일 발표한 기능개혁의 목표는 경제 성장 지원, 기업 서비스 개선, 비용 절감"이라며 "일반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의 공공성 강화는 단 한 줄도 없다"고 주장했다.
엄 위원장은 "통합이 적절한지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았고 조직, 예산, 고용, 노동조건 등 통합 과정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없이 많은데 일단 통합부터 하라는 식"이라며 "공공운수노조는 이런 묻지마 통합, 답정너 협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다음달 24일 총궐기 투쟁도 예고했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가 공공기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자회견문에서 공대위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정책이 왜 문제인지 국민에게 알려내고 단결된 모습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정부에 공공노동계와의 협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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