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제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빅테크 수장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리면서 감속론 논쟁이 국가 경쟁력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불거진 AI 감속론에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간 논의가 개발사 내부 경고와 경영진의 동조를 중심으로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산업 경쟁력과 국가 전략을 앞세운 반대 입장이 나오는 분위기다.
감속론은 이달 초 앤트로픽 연구원의 퇴사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의 제안으로 불붙었다. 아모데이 CEO가 12일(현지시간) AI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추자고 하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대 입장은 미국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 행사 도중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 CEO는 스피커폰을 켜 청중이 통화 내용을 듣도록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에 정치권이나 중국이 관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사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우리는 약간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산업을 멈춰 세우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이기는 자가 승리한다"며 규제나 허가 문제로 발목 잡히는 일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향후 20~25년간 석유와 같은 존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했다. 황 CEO는 이튿날 세일즈포스 '드림포스 2026' 행사에서도 AI 업계에 새로운 법이나 규제가 필요하지 않고 기업 스스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15일(현지시간) X에 글을 올려 모든 AI 연구소가 모델을 안전하게 훈련하는 데 필요한 속도로 개발할 책임과 동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가 함께 속도를 늦추기보다 기업마다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메타가 안전과 보안에 집중하기 위해 AI 비서 '뮤즈' 출시를 수개월 미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감속론에 선을 그었다. 배 부총리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지금 AI의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배 부총리는 감속론이 나온 배경에 대비가 필요한 문제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미 앞선 나라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뒤쫓으며 새 시장까지 만들어야 하는 나라가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인공일반지능(AGI)에 가까운 프론티어 AI 역량을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배 부총리는 AI에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속도 책임'이라고 짚었다. AI가 빨라지는 만큼 안전과 신뢰를 준비하는 속도도 함께 빨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AI 기본법 관련 제도 정비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 보안 특화 모델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할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독파모의 다음 단계와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 방향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감속론이 프론티어 모델을 이미 확보한 선도국에 해당하는 논의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선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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