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63조원 시대…증권사 주식대출, 증시 변동성 키웠나


한은 "韓 증시 주요국 중 일변 변동성 최고 수준"
무분별 신용융자 지목에 증권사 책임론 대두
최소한의 안전장치 항변도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 일반 변동성 확대 주범으로 국내 대형 증권사의 대출 영업이 지목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배경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차입 대출 영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금융투자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와 이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분별하게 확대한 주식 관련 대출이 시장 하락기에 기계적인 반대매매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증시 폭락 강도를 키우는 꼴이 됐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 증시 일반 변동성은 4.1%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가장 높았으며, 하루에 5% 이상 급등락한 거래일 비중은 무려 22.5%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기형적인 변동성의 중심에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증권사의 공격적인 주식 대출 영업이 결합한 레버리지 구조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늘어난 주식 거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뿐만 아니라 높은 이자 수익을 챙기기 위해 신용융자와 신용미수, 주식담보대출 등 신용공여 문턱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의 증권사 주식 관련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45조4000억원 수준에서 1년 새 63조2000억원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시장이 대내외 악재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설 때 발생했다. 주가가 담보 유지 비율 밑으로 떨어지자 증권사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이튿날 오전 개장과 동시에 기계적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내서다. 강제 청산 물량이 다시 주가 추가 하락을 부르고, 또 다른 반대매매를 촉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하루 만에 지수가 5% 이상 폭락하는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증권사들이 고금리 이자 장사에 치중하느라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역할을 외면했다는 책임론도 거세다. 증시 상승기에는 대출을 독려해 수익을 올리고 정작 시장이 흔들릴 때는 매도 처리로 변동성을 극대화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 역시 과도한 차입 투자 구조를 손질하기 위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조건을 강화하고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와 반대매매 제도 전반에 대한 고강도 규제 움직임에 착수했으나, 이미 변동성이 확대된 시점에서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 폭락의 책임을 증권사의 대출 영업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해 선택한 합법적인 레버리지 수단이며, 증권사가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논란이 된 반대매매의 경우,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규정에 명시된 담보유지비율을 준수하고 증권사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 장치라는 항변이다.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유예했거나 기계적 처분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증권사 자체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는 규정에 따른 기계적인 리스크 관리 절차로, 이를 단순 이자 장사 탓으로만 몰아붙여 인위적인 규제를 가하면 주식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리스크 관리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과도한 대출이 하락장 속 증시의 복원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적된 만큼, 업계 스스로 단기 마진에 기댄 영업 행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당국의 규제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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