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 승인 청탁 의혹'으로 불거진 '제넨셀 사태'가 바이오 투자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 개발은 임상 실패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임상 이벤트를 전후해 기업가치가 급변하고 투자금이 몰리는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가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주주나 관계자가 임상 기대감으로 주가를 부풀린 뒤 이익을 챙기고 떠나는 이른바 '임상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넨셀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을 앞세워 사업을 빠르게 확대했던 바이오 벤처다.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고, 당시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약 642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창업주가 명문대 교수라는 점과 산학협력단 타이틀, 정치권 및 언론을 통한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과 기술이전, 해외 판매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결국 중단됐다. 코로나19 유행 상황 변화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2년 말 환자 모집을 중단했고 2023년 5월에는 국내외 임상시험의 잠정 중단을 요청했다. 회사 규모도 급격히 축소됐다. 확인 가능한 최근 실적 기준 제넨셀의 2023년 매출은 약 4억5300만원, 영업손실은 약 11억2900만원이다.
임상 승인 과정과 투자 시점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제넨셀은 2021년 9월 식약처로부터 IND와 관련회 14개 항목의 보완을 요구받았다. 이후 김 후보자가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민원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통상적인 고충 민원이었다는 입장이다.
창업주인 강세찬 교수는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일주일 앞둔 2021년 10월19일 세종메디칼에게 보유한 제넨셀 주식 66만주를 약 63억원에 넘겼다. 세종메디칼은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포함해 총 113억원을 투자했으며 제넨셀의 지분 14.01%를 확보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강 교수는 이후 동물실험 데이터 허위 작성 및 은폐 혐의로 2024년 12월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임상이 중단되면서 세종메디칼은 상장폐지됐으며 3만여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강 교수 측은 해당 시험은 안전성 시험이 아니었으며 사망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제넨셀과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주주 측 인사가 대규모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에서도 임상 결과와 주식 거래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웰바이오텍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전 대표가 기소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등이 미공개 임상 정보를 이용해 고점에서 주식을 처분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사법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고 부당이득 환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태가 방치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산업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임상시험 허가라는 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진다"며 "일반 투자자가 임상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이나 안전성 자료의 적정성을 직접 검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회사가 제공하는 자료와 전문가의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증권사 애널리스트조차 임상 시험의 실제 유효성이나 데이터 조작 여부를 가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은 '임상 성공'이라는 기대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회사가 임상 진행, 시험 계획 승인, 중간 결과, 기술 이전 등의 이벤트를 발표하면 시장의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된다. 이후 임상이 실패하거나 사업화가 지연되면 주가는 급락하고 손실은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여부를 확인하고 형사책임을 확정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공시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신속한 시장 정보 전달을 위해 당일 처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이나 실험 결과의 진위처럼 전문적인 의학·과학 영역까지 직접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문제를 방지하지 위해 당일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자료 자체의 진위 파악은 쉽지 않다"고 했다.
더욱이 제넨셀은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상장사처럼 임상 진행 상황이나 주요 경영사항을 수시 공시할 의무가 없는 '공시 사각지대'에 있었다. 제넨셀의 임상 관련 정보는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시장에 전달됐다. 제넨셀에 투자한 세종메디칼 등 상장사는 자신의 투자 사실과 관련된 내용을 공시해야 했다. 비장상 바이오기업의 임상 정보가 상장사를 거쳐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투자 생태계 자체가 취약하다. 신약 개발은 십수년에 걸친 검증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적인 바이오 투자 생태계가 충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보니 기업공개(IPO)나 상장사와의 거래에 자금조달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상에 들어가기 전부터 상장과 투자 유치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시장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서 바이오 생태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