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진 견제 구조가 민영화 10년 만에 변화를 맞고 있다. 과점주주를 통한 이사회 내부 견제는 약해지는 반면 대표이사 선임이 올해부터 주주총회 결의로 바뀌고 외국인 지분율도 처음 50%를 넘어서면서 전체 주주의 의결권이 지배구조에서 갖는 의미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측 유진더블유는 최근 보유 중이던 우리금융지주 주식 14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4622억원으로, 보유주식은 2912만2421주에서 1512만2421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3.97%에서 2.06%로 낮아졌다.
유진PE는 2021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우리금융 지분 약 4%를 인수하며 과점주주에 합류했다. 이후 사외이사 추천권을 바탕으로 김춘수 이사를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매각으로 보유지분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향후 추천권 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유진PE의 지분 축소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금융 특유의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약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점주주 체제의 뿌리는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보유지분 29.7%를 IMM PE와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7개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했다. 정부도 당시 특정 대주주 중심이 아닌 과점주주 중심의 민간 자율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일부 투자자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축소하면서 과점주주 진용도 달라졌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윤인섭·김춘수·김영훈·이강행 이사 등 4명이 기존 과점주주 추천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 4명의 역할은 단순히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윤인섭 이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김춘수 이사는 감사위원회, 김영훈 이사는 보상위원회, 이강행 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각각 이끌고 있다. 인사와 보상, 감사 등 경영진 견제와 직결되는 핵심 기구의 수장을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이들 4명은 모두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전후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유진PE의 지분율이 2%대로 낮아진 데다 다른 과점주주들의 향후 지분 보유 전략도 변수로 남아 있어 현재와 같은 추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과점주주를 통한 이사회 내부 견제가 약해지는 시점에 주주의 대표이사 통제권은 오히려 강화됐다.
우리금융은 올해 정관을 개정해 대표이사 선임 방식을 기존 이사회 결의에서 주주총회 결의로 변경했다. 대표이사가 두 차례 이상 연임할 경우에는 상법상 특별결의를 받도록 했다. 우리금융도 정관 개정 취지를 '주주통제권 강화'로 설명했다. 대표이사 후보는 여전히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지만 최종 선임 권한은 주주총회가 행사하는 구조다.
주주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4일 기준 50.06%를 기록해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과거 소수 과점주주가 일정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통해 이사회에 직접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 다수 투자자의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지분 50%가 단일한 외국인 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글로벌 기관과 펀드의 지분을 합산한 수치인 만큼 과거 과점주주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기도 어렵다.
다만 대표이사 선임의 최종 결정 무대가 주총으로 옮겨간 상황에서는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최고경영자 선임과 지배구조에 과거보다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통해 이사회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앞으로는 다수 주주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의 견제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게도 이 같은 변화는 양면적이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2기 경영에 들어간 만큼 이번 변화가 당장 임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과점주주 추천 이사의 비중이 낮아질 경우 특정 주주가 이사회 구성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약화하면서 임 회장의 경영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 육성과 생산적금융 확대 등 굵직한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존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과점주주라는 장기 주주의 직접적인 이사회 견제가 약해지는 만큼 분산된 주주들을 상대로 경영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대표이사 선임이 주총 결의 사항으로 바뀐 상황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기업가치 등 시장이 요구하는 성과가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변수는 내년 이사회 재편이다.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의 자리가 기존 주주의 추천으로 다시 채워질지, 전문성과 독립성을 앞세운 인사로 재구성될지에 따라 임종룡 2기 이사회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힘의 균형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감사·보상·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핵심 기구의 수장이 동시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외이사 몇 자리의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진PE가 남은 지분을 추가 매각할지와 다른 과점주주들이 현재 지분을 유지할지도 변수다.
우리금융은 아직 향후 이사회 구성이나 유진PE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존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아직 남아 있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히 멘트를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