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숏리스트도 못 들었는데…KB 이재근, 양종희 넘은 이유


2023년 1차 후보 6명에도 못 들어…3년 만에 최종 후보 낙점
국민은행장 3년 거쳐 글로벌·WM·SME까지 경험 넓혀

KB금융그룹이 지난 11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선택했다. /KB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3년 전 숏리스트에도 들지 못했던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이 현직 양종희 회장을 제치고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다. 은행장 3년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경험을 거치며 체급을 키운 결과다. KB가 '현재의 성과'보다 '다음 3년의 성장'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양종희 현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후보별 2시간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의 비전·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등 5개 항목과 25개 세부 기준을 토대로 평가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2023년 KB금융 회장 선임 당시 1차 숏리스트 6명에는 내부에서 박정림 당시 총괄부문장과 양종희·이동철·허인 당시 부회장 등 4명이 포함됐고 외부 인사 2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국민은행장이었던 이 부문장은 1차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이후 최종 3인은 양종희·허인 당시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압축됐고 최종적으로 양 회장이 선택됐다.

◆ 은행장 3년 성적표 들고 지주로…경험 폭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경영 경험의 폭이다. 이 부문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국민은행장을 지냈다. 국민은행 순이익은 이 부문장 취임 전인 2021년 2조5634억원에서 2022년 2조9960억원, 2023년 3조2615억원, 2024년 3조2518억원으로 늘어 3조원대에 안착했다. 2024년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조정 등 비경상 비용 부담에도 3조원대 순익을 유지했다.

다만 이 부문장의 은행장 시절 성적표가 현재까지 리딩뱅크 지위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국민은행의 2조2254억원보다 2331억원 많아 은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서는 신한은행을 앞섰지만 올해 들어 다시 선두를 내준 만큼 이 부문장에게는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수익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은행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지주로 자리를 옮겨 경영 범위를 넓혔다. 현재 이 부문장은 KB금융에서 글로벌과 WM·SME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과거 지주 재무기획과 최고재무책임자(CFO), 국민은행 경영기획·영업 부문 등을 거친 데 이어 은행장과 그룹 핵심 성장사업까지 경험했다. 회추위 역시 이 부문장이 은행과 비은행 전반의 전문성에 더해 재무·전략·글로벌 분야의 식견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해외사업도 3년 전과 달라진 평가 지점이다. KB금융의 해외사업에서 오랜 부담이었던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순손실은 2024년 2410억원에서 지난해 683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1억원까지 축소됐다. 이 부문장이 글로벌 부문을 맡은 이후 손실 축소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다만 KB뱅크 정상화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그룹 차원의 작업인 만큼 이를 이 부문장 개인의 성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 실적은 양종희가 강했는데…회추위가 꺼낸 '다음 성장'

이번 인선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진 건 양 회장의 성적표가 좋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조88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4.09%,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74%였고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는 44%까지 높아졌다. 올해 주주환원 규모도 약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회추위도 현재 성과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 부문장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산업 재편과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KB가 준비 중인 차기 중장기 전략과도 맞물린다. KB금융은 지난 7월 2027~2029년 중장기 전략의 5대 핵심 어젠다로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영업 경쟁력 강화 △CIB·자본시장 협업 강화 △보험·투자운용 역량 선진화 △AI 전환 가속화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WM과 SME는 현재 이 부문장이 직접 총괄하는 영역이다.

예금에서 투자상품과 자본시장으로 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WM·연금과 SME·기업금융은 앞으로 KB의 핵심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회추위가 후보 선정 배경에서 머니무브와 미래 성장동력을 직접 거론한 만큼 이 부문장이 최근 담당해온 업무와 그룹의 차기 전략이 맞물린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회추위가 개별 평가점수나 후보별 우열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특정 사업 경험 하나가 최종 선정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KB가 현재의 성과보다 다음 3년의 성장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이선영 기자

◆ '은행통'에서 그룹 CEO로…비은행은 검증 과제

이 부문장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을 3년 동안 직접 이끈 경험은 있지만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적은 없다. KB손해보험 대표를 거쳐 지주 회장에 오른 양 회장과 비교하면 그룹의 비은행 사업을 직접 경영한 경험에서는 차이가 있다.

특히 현재 KB금융은 상반기 순이익의 44%를 비은행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만 79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었다. 이 부문장으로서는 은행장에서 검증한 경영능력을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 등 그룹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시험대다.

양 회장이 만들어 놓은 높은 실적과 자본여력, 주주환원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다. 차기 회장은 현재 성과를 지키는 동시에 WM·연금과 SME, 글로벌 등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 변화와 세대교체를 이유로 선택된 만큼 이 부문장에게는 기존 전략을 단순히 이어가는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 부문장은 관계 법령상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친 뒤 다음 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절차를 밟는다. 이후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정식 선임되면 11월 2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 부문장이 자신이 맡아온 성장사업을 실제 그룹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3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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