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초록색 테라와 주황색 켈리 맥주 병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빈 병과 박스는 자동으로 분리됐고, 병은 세척 설비를 거쳐 하나씩 검사대로 향했다. 카메라와 각종 검사 장비는 병에 흠집이나 변형이 있는지, 이물질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지난 10일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강원도 홍천에 약 16만평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최대 400만병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시설이다. 공장 내부에서는 제맥부터 담금, 발효, 저장, 여과까지 맥주가 완성되는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소비자들에게 맥주 제조 과정과 친환경 공장을 소개하기 위해 1998년 6월 견학관 '하이트피아(HITEPIA)'를 설립했다. 코로나19로 약 4년간 문을 닫았던 견학관은 2024년 8월 '하이트진로 PARK'로 리뉴얼해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달 기준 누적 방문객은 약 2만6000명이다.
공장 견학은 하이트진로의 100년 역사를 담은 홍보 영상 시청으로 시작으로 담금실,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 컨트롤룸, 숙성이 끝난 맥주를 여과하는 여과실과 환경관, 제품동, 품질관리실 순으로 이어진다.
맥주의 시작은 주원료인 보리다. 사일로에 저장된 보리를 발아시킨 뒤 싹을 건조하면 맥아가 된다.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과 함께 가열하면 단맛을 내는 맥즙이 만들어진다. 이후 맥즙을 끓이는 '자비'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의 쓴맛과 향을 내는 홉 성분이 더해지고 불필요한 단백질 등이 제거된다. 자비를 마친 맥즙은 빠르게 냉각돼 발효에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최소 20일 이상 숙성·저장 과정을 거친다.
강원공장에는 총 108개의 저장 탱크가 있다. 각 탱크의 저장 용량은 60만ℓ에 달한다. 성인 한 명이 하루에 맥주 10병씩 마신다고 가정하면 한 탱크의 맥주를 모두 소비하는 데 약 330년이 걸리는 규모다. 실제로 마주한 탱크는 고개를 한껏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했다.
숙성이 끝난 맥주는 여과 단계로 넘어간다. 마이크로필터를 통해 머리카락 굵기의 200만분의 1 수준까지 걸러낸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에 열을 가하지 않는 '비열처리' 방식을 적용해 초정밀 여과와 위생 관리를 거쳐 맥주 본래의 깨끗한 맛을 살리고 있다.
제품동에서는 각지에서 회수된 빈 병이 1분에 약 1000병씩 선별기를 통과한다. 외부 접촉 등으로 병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스커핑'이 기준 이상으로 발생했거나 변형된 병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잡아낸다. 선별을 통과한 병은 약 35분간 세척과 살균을 거친 뒤 외부와 밀폐된 최종 주입 공정으로 이동한다. 비열처리 맥주를 저온에서 주입하는 만큼 외부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불량률은 100만병당 약 4병 수준이다.
맥주의 주원료 가운데 하나인 물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강원공장은 1급수로 분류되는 홍천강의 물을 양조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물을 비롯한 생산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식품 생산·제조 과정의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ISO 22000 인증도 받았다.
견학관에는 기존 방문객들이 남긴 낙서와 메시지를 그대로 보존하는 한편 포토존, LED 상영관, 굿즈숍, 쏘맥(소주+맥주) 자격증 체험존 등을 마련했다. 단순히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 요소를 더한 것이다. 견학의 마지막은 통유리로 된 시음 공간이다.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갓 생산된 맥주를 직접 맛볼 수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거에는 독일과 일본으로 기술을 배우러 다녔지만 지금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외국 양조 기술자들도 견학을 올 정도"라며 "세계적인 양조 전문지에도 여러 번 소개됐을 정도로 설비와 제조 노하우 면에서 세계 일류 수준을 자랑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