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주요 제조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로봇 등 미래사업과 직결된 분야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연구개발·디자인·생산·제조·사업·기획·경영지원·IT 등 6개 부문에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다. 전체 채용 공고만 92개에 달한다. 현대차는 이번 채용에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AI,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을 이끌 인재 확보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기아도 오는 15일부터 하반기 집중 채용에 들어간다. 신입 채용 규모는 최근 3년 내 최대 수준이다. 생산·제조, IT, 사업·기획, 경영지원, 연구개발 등 30개 부문에서 인재를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AI 문제해결력' 검증 절차를 새롭게 도입한다. 단순한 AI 사용을 넘어 AI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도 AI 인재 확보에 가세했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16일까지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DX, 포스코이앤씨, RIST 등 6개 그룹사에서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모집 직무는 생산·설비기술부터 영업·마케팅, 안전·보건, AI 등 60여개에 이른다. 특히 포스코는 AI 엔지니어 직무를 새로 만들었고,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로봇 인지·제어 연구원을 모집한다. 포스코와 포스코DX는 제조·사무 분야의 AX(AI 전환)를 담당할 인력도 확보한다.
HD현대도 AI를 채용 과정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였다. HD현대는 조선해양·기계·로봇·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는 'AI 활용역량검사'를 전형에 도입했다.
한화그룹에서도 미래 제조·방산 사업을 겨냥한 인재 확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AI·AX 개발 직무를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AI·컴퓨터공학·산업공학·통계학 등을 전공한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직무다. 조선업에도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에 나섰다. 9월 신입 수시채용에는 각형전지 셀 개발과 시뮬레이션·모델링, 자동차전지·ESS 개발, 시스템 개발 등 기존 배터리 연구개발 직무뿐만 아니라 데이터엔지니어·소프트웨어 개발자·하드웨어·설비 엔지니어 등이 포함됐다. 특히 AI 진단솔루션 개발 직무도 별도로 신입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생산·품질·설비·영업 등 전통적인 직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채용에 최근 AI·데이터·소프트웨어가 빠르게 결합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AI 연구자만 따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현장의 자동화, 설비 최적화, 품질관리, 신제품 개발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기술 개발' 단계에서 '현장 적용'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차량 자체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고, 철강·조선은 생산현장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방산은 무기체계에 AI·소프트웨어·무인화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배터리 역시 데이터 기반의 소재·공정·진단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관점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인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