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 개인 등 주요 투자 주체의 수급이 실종됐던 코스피가 7000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기타법인이 지수 하단을 떠받쳤지만, 7000선을 넘어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회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오는 11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지수 반등의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8% 오른 6886.75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선 가운데 개인은 6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엇갈린 수급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스피에서는 개인·외국인·기관 등 3대 투자 주체가 모두 순매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이달 들어 4일까지 개인과 외국인,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2조9150억원, 1조8705억원, 81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95% 하락하며 6500~6900선에서 횡보했다. 급등락이 잦아들며 증시 변동성은 다소 줄었지만,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급감하면서 상승 동력은 약해졌다.
이 같은 수급 공백에도 지수 하단을 방어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었다. 기타법인은 하루 평균 1조6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개인·외국인·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받아냈다. 상장사가 장내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 기타법인의 매수로 집계된다.
다만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 속도가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자사주 매입이 소진된 이후에도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까지 삼성전자는 1980만주(37.2%), SK하이닉스는 780만주(32.4%)를 각각 매입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11월 종료 예정인 총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 10월 초 소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8월 CPI에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3.75%다. 8월 CPI는 9월 FOMC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FOMC의 금리 결정 역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 전환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CPI 소화 과정에서 미국 반도체주 랠리에 따른 국내 증시의 회복 모멘텀이 강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는 8월 고용 서프라이즈에도, 미 10년물 금리 상승 제한 속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 공개 이후 인공지능(AI) 수요 모멘텀 재부각으로 마이크론(+6.1%), 샌디스크(+11.9%) 등 반도체주가 랠리를 보이면서 지수 하방 압력을 제한했다"며 "국내외 반도체주의 매도 압력도 소진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오라클 실적과 8월 CPI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지난주보다 증시의 회복 모멘텀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전년 동기 대비 3.38% 상승으로 전월(3.4%)과 유사하게 전망하는 한편 근원 CPI는 8월 2.38%로 전월(2.5%) 대비 둔화를 예상했다"며 "실물 지표가 동결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8월 CPI 발표 전까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을 상정한 투자전략 수립이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17일 FOMC를 앞둔 가운데 남은 기간 동안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8월 PPI·CPI가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단기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경우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