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지방이전 막아라"…광화문 메운 금융노동자들, 1차 총파업


노조 추산 3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1만5000명 집결
윤석구 "30차례 넘게 교섭해도 답 없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대규모 총파업 집회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김태환·이선영 기자] "강압적인 금융기관 지방이전 중단하라." "주 4.5일제 도입하고 노동시간 단축하라."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가 금융노동자들의 깃발과 피켓으로 가득 찼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산하 은행·금융공공기관 조합원들은 '실질임금 인상 쟁취', '지방이전 저지', '주 4.5일제 도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청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 전 차선 약 450m를 채웠다. 금융노조는 이날 약 3만명이 집결했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비공식적으로 약 1만5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정부가 전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적용해 올해 4분기 중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이번 총파업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연관 기관을 집적해 지역 성장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금융노조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 등 금융기관의 기능과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깃발을 든 국책은행 조합원들이 이날 집회에 대거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논의하기 전에 1차 이전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인력 이탈과 금융회사·기업 간 협업 저하 등 정책금융 경쟁력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을 거론하며 금융산업은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이 모여 있을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요구가 "단순히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지방이전 문제 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청년채용 확대, 실질임금 인상, 이전기관 정주여건 개선, 미스터리쇼핑·KPI 개선,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자의 96.05%가 파업에 찬성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30차례가 넘는 실무교섭과 대표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핵심 요구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도 노조가 장시간 요구안을 설명한 반면 사용자 측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며 "여기 이렇게 파업의 현장에 나온 것이 노동자들의 잘못인가, 사용자들의 무책임함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금융산업 환경 변화와 연결했다. 그는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인 영업시간 단축을 제외한 상시 영업시간을 거론하며 "2002년 주 5일제가 시행된 이후 24년 동안 단 10분의 영업시간 단축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금융거래와 AI·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 만큼 영업시간을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도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대규모 총파업 집회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노조는 주 4.5일제 도입과 청년채용 확대, 실질임금 인상,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이전기관 정주여건 개선, 미스터리쇼핑·KPI 개선,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은행 영업 현장의 노동환경도 문제로 꺼냈다. 윤 위원장은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에서는 직원들이 제대로 된 점심시간을 보장받기 어렵고 KPI와 실적 압박 속에서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쁜 영업점을 방문했을 당시 한 직원이 점심시간을 두고 고객과 갈등을 빚는 사례를 이야기하며 코로나19 시기에 설치한 가림막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현장을 찾았다. 이학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해 노동시간 단축과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금융 공기업·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노동자를 위한 입법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 4.5일제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적 확산과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여러분의 주 4.5일제 요구를 전면적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노조가 주 4.5일제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노동시간 단축을 확산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국책은행 조합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한 것과 달리 은행권 전반의 영업 차질은 크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은 전 영업점을 정상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파업 사실을 사전에 알렸고,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비노조 직원을 영업점에 배치하는 등 고객 불편 최소화에 나섰다. 기업은행 역시 전 영업점을 정상 운영하고 비노조 인력을 배치해 업무 공백에 대응했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은행들은 이번 파업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만큼 별도의 비상 대응조치 없이 정상적으로 영업점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대규모 총파업 집회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노조는 이날 총파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향후 교섭에서도 사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핵심 요구에 답하지 않을 경우 추가 총파업을 포함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윤 위원장은 "오늘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우리의 노동조건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끝까지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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