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역밀착'을 차별화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과 모험자본에 대한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농협이 기존부터 갖춰온 전국 단위 영업망을 활용해 지역기업과 특화산업을 발굴하고 이를 생산적·포용금융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지역금융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농협의 기존 강점을 생산적금융 체계 안에서 적극 활용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7월 생산적금융 4호 사업으로 '지역밀착금융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하반기 지역밀착형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나섰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생산적 금융 11조9000억원, 포용금융 2조1000억원을 공급했다. 첨단전략산업과 지역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5000억원 규모 ‘NH상생성장펀드 1호’를 조성하고 AI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국민성장펀드 참여 등을 추진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를 생산적 금융의 또 다른 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기반은 전국에 깔린 영업 네트워크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1200개가 넘는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은 61.2%에 달한다. 농협은행도 생산적 금융을 ‘지역·농업·기업의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금융’으로 정의하고,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방 균형발전과 함께 반도체·AI·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과 첨단산업을 양자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영업기반을 통해 지역에 자리 잡은 성장산업과 기업을 직접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동남권에서는 지역 주력산업과 생산적 금융을 결합한 모델이 가동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4월 경남 창원에 ‘동남권 해양·항공·방산 종합지원센터’를 열고 부산·울산·경남의 관련 산업과 지역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의 여신·외환뿐 아니라 손해보험의 선박·적하보험, 증권의 회사채 발행·기업공개(IPO)·기업금융, 캐피탈의 산업재 리스, 벤처캐피털의 지분투자 등을 결합해 지역 주력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는 구조다.
서남권에서도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를 중심으로 금융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서남권에서 보유한 인프라 금융약정은 12개 사업장, 5658억원 규모다. 특히 총사업비 3조4000억원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는 선순위대출 1200억원과 미래에너지펀드 간접투자 870억원 등 총 2070억원을 공급했다. 대규모 사업에 자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전남 지역 영업망을 활용해 지역 기자재 업체에 역팩토링과 기술금융 특례를 제공하는 등 프로젝트와 지역 중소기업을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전북에 출범한 'NH금융허브'도 이 같은 지역 네트워크 활용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NH금융허브 자체는 국가균형성장과 지역 전략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농협금융은 앞서 생산적 금융 추진계획에서 이를 전북 특화산업 투·융자 확대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농협은행과 보험·증권·자산운용 등 계열사의 기능을 결집해 농생명·피지컬AI·신재생에너지 등 전북 전략산업에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향후 정부의 ‘5극3특’ 정책에 맞춰 지역별 특성에 맞는 금융지원 모델도 지속 검토하기로 했다.
이찬우 회장은 지난 7월 생산적·포용금융 특별위원회에서 "다른 금융회사보다 지역친화적인 농협금융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강조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기존부터 전국적으로 구축된 영업망을 기반으로 지역금융에 강점을 가져왔다"며 "이 같은 네트워크를 생산적 금융과 연계해 지역산업과 기업을 지원하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농협금융이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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