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던 반도체 대장주들이 8월 들어 주춤한 사이 원자력과 전력 등 비(非)반도체 섹터로 수급이 이동하는 순환매 조짐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의 무게추가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KRX 반도체지수는 11.9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종(20.20%)과 철강업종(20.07%)보다 상승폭이 작았다.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온기가 확산하면서 주도주가 빠르게 바뀌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반도체 ETF들은 지난 7월 30일 저점을 찍은 뒤 이튿날 반등했지만, 지난 5월 27일 상장 당시 주가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평균거래대금이 가장 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종가 기준 5월 27일 2만7775원에서 지난달 31일 9810원으로 64.68% 하락했다.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같은 기간 48.55% 떨어졌다.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상장 이후 주가가 각각 49.07%, 64.80% 하락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부진하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67.19%를 기록했다.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레버리지(-51.70%)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52.29%)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67.13%)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51.87%)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67.45%) 등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일평균거래대금이 큰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와 'TIGER 반도체TOP10'의 3개월 수익률도 각각 -30.83%, -30.61%에 그쳤다.
반도체 ETF가 부진한 사이 원자력과 전력 관련 ETF는 상승세를 탔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원전과 전력 인프라 등으로 투자심리를 확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자력 관련주는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캐나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국내 원전 기업의 수출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해온 지식재산권(IP)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전 ETF들은 일제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코리아원자력의 1개월 수익률은 27.51%에 달했다. △ACE 원자력TOP10(25.14%) △KODEX 원자력SMR(23.10%) △SOL 한국원자력SMR(22.06%) △HANARO 원자력iSelect(17.50%)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력 ETF 역시 강세였다. RISE AI전력인프라가 23.05% 상승한 것을 비롯해 ACE 코리아AI전력TOP10(20.26%), KODEX AI전력핵심설비(19.79%), HANARO 전력설비투자(19.32%) 등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AI 밸류체인의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사이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이익 개선 모멘텀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AI 관련 구조적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익모멘텀이 반도체 중심의 쏠림에서 벗어나 확산되는 상황임을 감안해 업종 분산 및 순환매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순환매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 내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면 최근 극심한 지수 변동성 자체도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비반도체로의 순환매는 알파를 만들어 줄 수는 있겠으나 지수 하락분을 모두 상쇄할 정도의 여력까지는 없다는 판단이며 이 순환매의 지속성은 반도체가 재상승 국면에 돌입하는 타이밍에 취약한 구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