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9월4일 총파업…"주4.5일제 도입하고 일방적 지방이전 막아야"


노동시간 단축·본사 이전 사전합의 등 요구…임금 6% 인상안도 제시
지역 이전 논의 필요성 주장 "주소만 옮기면 지역 안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금융노조 본부에서 9·4 1차 총파업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 4.5일제 도입과 금융기관의 일방적인 지방이전 저지 등을 내걸고 다음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과 금융기관의 일방적인 지방이전 저지 등을 내걸고 다음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융노조는 AI·디지털 전환으로 금융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노사 간 충분한 협의 없는 이전은 숙련인력 이탈과 업무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노조는 27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4일 1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9월3일 총파업 단행 기자회견을 거쳐 4일 조합원들이 광화문 세종대로에 집결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6.0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올해 산별중앙교섭의 핵심 요구사항은 △주 4.5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본사 이전 등 관련 사전 합의 △청년채용 확대 및 청년 지원 패키지 도입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한 임금 인상(실질임금 삭감 금지) 등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 임금·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을 제출한 이후 대표단·실무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포함해 총 31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용자 측이 대부분 안건에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교섭을 단순한 임금 인상이나 근무시간 조정 문제가 아니라 금융산업의 성장 성과와 변화의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윤 위원장은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그 성과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산업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성과가 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로만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을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층의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의 구체적인 목표로 주 35시간 근무를 제시했다. 2002년 금융권이 노사 자율협의로 주 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뒤 다른 산업으로 확산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금융권이 노동시간 단축을 선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측은 관련 법 개정과 정부 지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정윤주 금융노조 여성위원장도 주 4.5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시간 노동과 육아·가사 부담이 여성 노동자의 경력단절과 저임금 일자리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AI와 로봇 등 기술 발전으로 확보한 생산성과 효율을 인력 감축과 기업 이윤 확대에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시간 감소는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 부담을 덜고 남성들의 돌봄·가사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권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60%를 웃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노조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존 금융기관을 물리적으로 이전·분산하는 방식이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졸속적인 이전과 분산은 숙련인력 이탈과 업무 비효율을 촉진할 수 있다"며 "직장 이전은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니라 가족과 자녀, 배우자의 삶의 기반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은 금융기관 이전보다 지역금융 강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본사 이전 계획이 수립될 경우 노조에 이를 지체 없이 알리고 합의를 거치도록 단체협약에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민호 수석부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주소를 옮기는 것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며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기업과 소상공인, 주민에게 자금이 공급되는 실질적인 지역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노조는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최근 임금·물가 상승률 격차 등을 반영해 임금 6% 인상안을 수정 제시했지만 사측은 2.5% 인상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인력 감소와 점포 축소 속에 1인당 업무량과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임금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더 많은 몫을 가져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에 맞는 평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청년채용 확대도 핵심 요구안에 포함됐다. 금융노조는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감소가 발생할 경우 예상 감소 인원의 30% 이상을 신입 공개채용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무빙뱅크와 스마트워크센터 등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새로운 직무와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구상도 제시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질의응답에서는 주 4.5일제와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이번 총파업에서 동시에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배경에 질문이 집중됐다.

금융노조는 두 사안을 서로 연계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맞바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호석 금융노조 정책전략본부장은 "주 4.5일제와 지방이전은 내용이 다른 사안"이라며 "지방이전과 연계하거나 맞바꾼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최근 지방이전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라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에 합의했지만 지부별 자율 시행 방식 때문에 현장에서 충분히 정착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방이전 역시 정부의 최근 이전 논의가 나오기 전부터 산별교섭 요구안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단체협약상 사용자 의무와 사회적 책무 조항 등에 본점의 설치·이전·폐쇄 시 노조와 협의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금융기관 노조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관련 노조와 아직 구체적인 공동투쟁 방안을 논의한 것은 없다면서도 "금융기관이 필요에 의해 서울에 있어야 하는 이유와 이전에 따른 비용·문제점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노조 등 다른 금융권 노조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요청이 들어올 경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지방이전 기조를 유지할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융노조는 정부와의 정책협약 과정에서 이전 대상 기관과 충분히 논의한다는 취지의 약속이 있었다며, 일방적인 이전이 추진될 경우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국무회의에서 관련 안건 논의가 미뤄진 이후 정부 측과 별도의 접촉이나 협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9월4일 총파업 이후에도 사용자 측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2·3차 총파업 등 추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윤 위원장은 "교섭의 문은 끝까지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지방이전이 강행될 경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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