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삼성그룹의 에스원 지분을 정조준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에스원 지분을 사들이겠다며 인수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삼성그룹의 비핵심 자산 정리와 주주가치 제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FCP는 27일 삼성SDI·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5개 계열사 이사회에 이들이 보유한 에스원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확정 인수안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781만5656주로 에스원 전체 지분의 20.6%이며, 제안 금액은 총 9066억원이다. 주당 제안가는 11만6000원으로, FCP는 오는 9월 23일까지 각 회사 이사회의 답변을 요구했다.
FCP는 제안 가격이 에스원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당 11만6000원은 현재 에스원 시가총액 약 3조원 대비 45% 높은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에스원의 기업가치는 약 4조4000억원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 시가총액이었던 2016년 7월 20일의 4조3700억원(주당 11만5000원)도 웃돈다.
FCP는 삼성그룹 5개 계열사가 에스원 지분을 계속 보유할 이유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튬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는 차입금이 12조원으로 현금성자산 1조5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향후에도 수십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가 예정돼 있어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2025년 5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이달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도 4조5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4곳에 대해서도 에스원이 비핵심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들 회사와 보안업체인 에스원 사이에 사업적 접점이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다. FCP는 금산분리 강화 기조에 맞춰 에스원 지분을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본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인수대금은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의 10%, 삼성카드는 13% 수준이다.
FCP는 에스원의 주가와 배당 수준도 문제로 꼽았다. 10년 전보다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고 배당도 시가 기준 4% 수준에 불과해 전략적·재무적으로 보유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FCP는 더 이상 이 같은 손실을 각 계열사 주주들이 떠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FCP가 삼성 계열사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선 배경에는 에스원 이사회의 기존 답변도 있다. FCP는 지난 6월 23일 에스원 이사회에 △3개년 목표주가 발표 △5개년 사업 비전 제시 △잉여현금 활용 계획 △주주와의 투명한 소통 △상법을 준수하는 이사회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나 돌아온 답변은 "앞으로도 계속 검토해 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FCP는 전했다. 특히 FCP 측은 에스원 이사회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에스원의 적정 주가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분석해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FCP는 이번 인수 제안을 받은 삼성 5개사의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번에 5개사 이사회의 답변을 보면 이들이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삼성그룹 오너가문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사 이사회의 대응에 따라 상법이 주주에게 부여한 권리 행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