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은행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높은 근원물가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가운데,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환율 안정은 동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 성장률 3%대 보이자 '연속 인상'…"미룰수록 비용 커져"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은행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7명이 동결을 전망했다. 증권사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인상 6명, 동결 4명으로 집계됐다. 전망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경기와 물가다. 특히 예상보다 강한 2분기 성장률이 확인되면서 연속 인상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가 커졌다.
연속 인상론의 핵심 근거는 예상보다 강한 경기 흐름이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보다 3.6% 늘었다. 반도체 수출과 인공지능(AI) 관련 설비투자가 성장세를 이끌면서 한은이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대로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수록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을 반영해 대신증권은 8월 전망을 동결에서 인상으로 변경했다. 올해 성장률이 3.2~3.3%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최종 기준금리 전망도 기존 3.25%에서 3.50%로 올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물 경제 여건이 큰 폭의 성장률 상향으로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경기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한은이 추가 인상 시점을 10월까지 늦출 이유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이달 기준금리가 3.00%로 올라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조정이나 원화 강세보다 반도체와 AI 투자가 만들어내는 성장 흐름을 더 중요한 변수로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AI 설비투자발 성장 동력에 근거한 만큼 하반기에는 그 근거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의 기초체력이 예상보다 강할 경우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여지도 커진다.
물가 흐름도 연속 인상론에 힘을 싣는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졌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 물가와 집세 등 경기와 밀접한 품목의 가격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장률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되면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가계부채 역시 금통위가 외면하기 어려운 변수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석 달 사이 25조9000억원 늘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도 이어지면서 한은은 지난달 금리 인상 당시 금융불균형 문제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10월까지 기다려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고 인상을 미룰 때 발생하는 비용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7월 인상 효과 봐야"…동결론은 금융여건 변화에 무게
반면 동결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지난달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 여건이 빠르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고채 금리가 추가 인상 전망을 반영해 이미 오른 데다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으면서 시중 금융여건이 이전보다 긴축적으로 변했다. 한때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00원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지 않아도 금융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달 금리를 유지한 뒤 10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강했지만 경기 회복이 실제 수요 측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상 효과를 한 차례 더 지켜본 뒤 추가 대응에 나서는 경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키움증권도 8월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물가가 다시 가파르게 뛰는 상황은 아니고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도 7월보다 완화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만큼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7월 인상 효과를 확인한 뒤 4분기에 추가 인상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쪽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과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금리 전망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점도표 중간값은 3.00%, 최상단은 3.25%였지만 이번에는 중간값이 3.25%로 높아지고 3.50%를 전망하는 위원도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성장률 전망치가 3%대로 크게 높아질 경우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8월 금리 결정 이후에는 최종금리가 어디까지 높아질지가 다음 관심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3.50%를 예상하는 금통위원의 숫자와 3.75% 전망의 등장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시장에는 최종금리 3.50%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그보다 높은 금리 경로가 제시될 경우 채권금리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최종 기준금리를 3.50%까지 선반영한 상황인 만큼 3.75%를 제시하는 점이 없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최대 관심은 3.75% 전망이 등장하는지와 3.50% 표가 얼마나 나오는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