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조선·철강업계가 파업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가 파업권 확보 절차에 들어갔고 포스코도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을 위한 준비 중이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 요구에 더해 원하청 교섭 문제까지 노사 갈등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 과반이 찬성 시 파업 요건이 갖춰진다. 찬반 투표와 별개로 노사는 이날 16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과 성과급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휴가비와 축하금의 통상임금 산입, 신규 인력 채용 확대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37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영업이익의 30%를 단순 계산하면 성과 공유 재원은 6000억원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3일간 진행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압도적 가결을 바탕으로 단체행동권 확보를 위한 일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특히 최근 수년간 이어진 수주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된 만큼 노동자들의 성과 배분 요구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협상의 결과에 따라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중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에도 성과금 배분 수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임단협 뿐 아니라 하청노조와의 원청 사용자성 문제로도 갈등을 겪고 있다. 거제사업장의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웰리브지회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등은 원청인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주장하며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중노위 조정 중지 이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임금협상 조정이 결렬된 이후 9월 부분파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조는 중노위와 고용노동부 포항·여수지청에 쟁의행위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포스코 노조의 쟁점 역시 임금과 성과 배분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우리사주 등을 포함한 임금·복지 개선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국내외 철강 수요 부진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특히 철강업황 부진을 이유로 임금 인상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등 미래사업과 해외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수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철강 현장 노동자에 대한 성과 배분은 외면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여기에 원하청 교섭 문제도 철강업계의 노사 갈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노위의 하청노조 사용자성 인정 및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선·철강업계의 노사분규가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일정에 영향을 미쳐 산업계 전반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공정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일부 인원이 파업한다고 해서 전체 생산이 멈추는 구조는 아니다"며 "다만 파업이 총파업으로 확대되거나 장기화하면서 규모가 커질 경우 생산 일정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