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흔들린 DX(디바이스경험)부문 수익성을 시장점유율 확대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원가 부담이 경쟁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단기 수익성 방어보다 판매 물량 확대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하반기 과제로는 △시장 점유율 확대 △체질 개선 지속 △내년 혁신제품 준비를 제시했다. 경쟁사가 가격을 올리고 물량을 줄이는 국면을 확판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사업장 'R5 모바일 연구소'에서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주관으로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노태문 대표이사는 "AI를 통한 혁신과 효율화로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로 올라가겠다"며 "RX(로봇 혁신)와 AX(인공지능 전환) 등 미래 먹거리와 AI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전사원 교육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확판 축은 '갤럭시 S26'과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다.
수익성 지표는 이미 크게 꺾인 상태다. 상반기 DX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분기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으로 돌아섰다. 스마트폰을 맡는 MX·네트워크사업부가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MX사업부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원가 구조도 메모리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2분기 완제품 원가에서 D램(24%)과 낸드(18%)를 합친 메모리 비중은 42%까지 올라섰고 3분기에는 4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상반기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약 211% 뛰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한 MX사업부의 적자 탈출도 당분간 어렵다고 봤다.
같은 메모리 가격이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사내 보상 격차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설명회에서 부문제의 기원을 꺼내며 사실상 추가 보상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품 고객사가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되는 구조 탓에 2009년부터 인사·재무·회계 기능까지 나눠 사실상 '한 지붕 두 회사'로 운영해 왔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불황기 DS부문이 자금난을 겪을 당시 MX사업부가 번 돈을 반도체에 투자했고 이후 DS부문이 이자를 붙여 되갚았다는 사례도 들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 재원을 다른 부문과 공유한 적은 없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노태문 대표이사는 "현재 미래 전략이 잘 진행되고 소기의 성과도 나고 있다"며 "우리가 성과를 만들어 특별보상을 받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구성원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DX부문 조합원이 주류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연다. 노조 추산 참여 인원은 3000명이다. 동행노조는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2026년 임금교섭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8일 노사 합의에 따라 DX부문과 CSS사업팀 직원 4만9345명에게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108만주를 지급했다. 총 3445억원 규모로 임금 6.2% 인상도 함께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분사론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DS와 DX를 갈라 반도체 전문회사와 완제품 전문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안 등이다. 다만 지배구조 재편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완제품과 반도체가 경기 하강 국면마다 서로를 떠받쳐 온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칩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완제품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며 "메모리 가격이 안정된 뒤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점유율 확보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