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과 성래은 부회장 부녀가 올해 상반기 핵심 사업회사인 영원무역 이사회 보수의 91.5%를 가져갔다. 이사 8명 중 두 사람이 9할 넘게 챙긴 것으로, 같은 상근 사내이사인 전문경영인 이민석 사장은 상반기 보수가 5억원에 못 미쳐 개인별 공시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부녀의 보수는 회사 실적과 따로 움직이며 그 비중을 해마다 키워 왔다. 실적이 나빠진 해에 상여 산정기준을 유리하게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래은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영원무역에서 36억5000만원(급여 12억5000만원·상여 24억원), 성기학 회장은 24억5000만원(급여 12억5000만원·상여 12억원)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급여는 지난해 상반기와 같았지만 상여가 크게 뛰었다. 부녀의 상반기 상여 합계는 1년 새 19억2000만원에서 36억원으로 87.5% 늘었고, 합산 보수도 44억2000만원에서 61억원으로 38.0% 증가했다. 이 61억원은 회사가 상반기 이사 보수로 집행한 66억6700만원의 91.5%에 해당하며, 나머지 이사 6명이 나눠 받은 몫은 5억6700만원에 그쳤다.
직원과의 격차도 크다. 지난해 성래은 부회장이 받은 보수 58억5800만원은 영원무역 직원 1인 평균 급여(8200만원)의 71배다. 올해 상반기에도 성 부회장 보수(36억5000만원)는 직원 상반기 평균 급여(4300만원)의 85배에 이른다. 2022년 이후 직원 평균 급여가 6800만원에서 8200만원으로 20.6% 오르는 사이, 부녀의 합산 보수는 34억1500만원에서 91억3600만원으로 167.5% 늘었다.
보수가 불어나는 동안 회사 실적은 반대로 움직였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8230억원에서 2024년 3156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그런데도 부녀가 이사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9.8%에서 90.0%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5144억원으로 회복했지만 2022년 수준엔 못 미치는데, 부녀 합산 보수는 34억1500만원에서 91억3600만원으로 늘며 비중을 91.6%까지 끌어올렸다.
상여가 실적과 어긋나게 불어난 배경에는 산정기준 변경이 있다. 영원무역은 실적이 좋았던 2022년엔 상여 산정기준을 '전년 대비 매출·영업이익'으로 뒀지만, 역성장이 시작된 2023년 돌연 비교 시점을 '2020년 대비'로 바꿨다. 이후 실적이 회복된 2025년엔 다시 '전년 대비'로 되돌렸다. 이 기간 성 부회장이 받은 상여는 2022년 4억7000만원에서 2024년 40억2500만원으로 8배 넘게 뛰었다.
회사는 지난해 상여 확대의 근거로 실적 회복을 든다. 영원무역은 반기보고서 상여 산정기준란에서 '2025년 연결 매출이 전년 대비 15.5%,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3%, 44.7% 늘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이 나쁠 때는 기준을 유리하게 바꾸고 좋아지자 원래대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산정 방식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를 정하는 구조도 견제와는 거리가 있다. 영원무역 경영진 보수는 전원 사외이사(3명)로 꾸려진 보수위원회가 심의·결정한다. 형식은 독립적이지만, 그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내이사인 성래은 부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부녀는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고리인 세 회사의 이사회 의장직도 양분한다. 성기학 회장이 영원무역, 성래은 부회장이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와 그룹 정점의 비상장사 YMSA 의장을 맡는다. 지배구조는 'YMSA→영원무역홀딩스(30.62%)→영원무역(50.52%)'으로 이어지며, YMSA 지분은 성기학 회장(49.9%)과 성래은 부회장(50.1%)이 전량 나눠 갖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쿼드자산운용은 지난 6월 영원무역에 공개서한을 보내 일관성 없는 경영진 보수 산정 방식을 지적한 바 있다.
영원무역은 공시를 통해 "임원보수규정에 근거해 독립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보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며 "재무적 성과지표와 비재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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