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인력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 등 굵직한 현안 대응으로 업무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방 이전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젊은 직원과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인재 엑소더스'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25일 중앙부처 및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세종 이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금감원 역시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세종 이전을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다. 정부 부처인 만큼 이전 방침이 확정되면 조직 차원에서 이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이미 세종 거주지를 알아보거나 가족을 수도권에 남겨둔 채 혼자 내려가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직이나 휴직 등을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은 물론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자격을 갖춰 민간으로 이동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인력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금융위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 대표적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위는 업계와 잇따라 회의를 열고 지난달 보완대책을 내놓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금융회사와 수시로 접촉하며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세종 이전 이후에는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기관 간 협업에도 부담이 예상된다.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당국과 업계가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실무진의 서울 출장이 늘어나는 등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금감원 퇴사 이미 3배 넘게 늘었는데…지방이전까지
금감원은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조직을 떠나는 직원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으로 금감원을 떠난 직원은 77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22명과 비교하면 8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미 인력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방 이전까지 현실화할 경우 퇴사 행렬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전문인력 유출 가능성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금감원에는 회계사 507명과 변호사 253명 등 전문인력 76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나 로펌, 회계법인 등 민간으로 이동할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많아 지방 이전이 이직을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 대상과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금융민원의 81.4%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본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검사와 감독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이른바 '역출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감원 감사 관련 출장의 약 90%가 수도권 내 시내출장인 만큼 지방 이전 이후 상당수가 시외출장으로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른 교통·숙박비 등 추가 출장비가 연간 30억~4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내부 추산도 나온다.
금감원 노조도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지방 이전 추진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향후 탄원서와 1인 시위, 집회 등 추가 대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지방 이전이 단순한 근무지 변경을 넘어 금융당국의 인력 경쟁력과 정책·감독 역량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인력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활 기반까지 바뀌게 되면 저연차 직원과 전문인력을 붙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한 조직이라 숙련된 직원들이 빠져나가면 단기간에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지방 이전으로 인력 이탈이 확대될 경우 결국 정책과 감독 역량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