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공세에 영원무역 지갑 열었지만…"여전히 미흡"


2027년 배당성향 목표 25%→30%…중간배당도 50% 상향
자사주 500억 매입하되 소각 계획은 없어…쿼드 "기대엔 못 미쳐"

영원무역이 배당성향 목표를 상향하고 자사주 500억원 매입 계획을 내놨다. 다만 매입 주식 소각 등 활용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사진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 /영원무역·더팩트 DB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원무역이 배당성향 목표를 높이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새로 담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내놨다. 다만 자사주 소각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지난 11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정 공시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계획의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일부 목표를 상향한 것이다.

◆ 배상성향 상향·자사주 매입 등 추가…자사주 소각은 빠져

영원무역의 새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핵심은 배당성향 목표 상향이다. 연결 기준 배당성향을 2027년까지 25%로 확대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30%로 올렸다. 여기에 2027년까지 자사주 500억원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새로 넣었다.

같은 날 중간배당도 공시했다. 1주당 1050원으로, 지난해 첫 중간배당(700원)보다 50% 많다. 배당금 총액은 446억8811만원, 시가배당률은 1.15%다. 배당기준일은 이달 28일이다. 영원무역은 2009년 상장 이후 기말배당만 실시해오다 지난해 처음 중간배당을 도입했으며, 올해 그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목표에 대한 이행현황도 함께 공개됐다. 2025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7%,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 연결 배당성향은 18.2%,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0%다.

영원무역은 목표 상향 배경으로 상법 개정을 들었다. 회사는 공시에서 "주주이익 보호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 및 각종 지배구조 제도 변경에 따른 주주환원 및 주주이익 제고 필요성, 회사의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목표를 상향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 매입 계획에는 소각 방침이 담기지 않았다. 자사주는 매입한 뒤 소각해야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오른다. 소각 없이 매입만 하면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가 향후 시장에 다시 풀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나중에 되팔면 유통 물량이 늘어 주가를 짓누르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요인이 된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교환사채 등으로 활용할 경우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는 앞서 자사주 일부를 소각한 바 있으나, 이번 영원무역 계획에는 매입만 포함됐다.

자사주 소각 여부와 이번 조치의 배경 등을 묻는 질의에 영원무역 측은 "앞으로도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필요한 사항은 공시 등을 통해 지속 소통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 쿼드자산운용 "긍정적 변화이나 요구 수준엔 못 미쳐"

한편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은 쿼드자산운용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왔다. 영원무역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정한 배경으로 쿼드자산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개서한 이후 목표를 올렸다는 점에서 시점이 눈길을 끈다.

쿼드자산운용은 지난 6월 30일 영원무역 지분 1.7%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총주주환원율 70% 확대를 요구했다. 낮은 주주환원이 영원무역 저평가의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쿼드자산운용은 회사가 제시한 배당성향 목표에 대해 "유사기업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영원무역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요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회사의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쿼드자산운용이 지난 6월 공개서한에서 요구한 것은 주주환원만이 아니다. 불합리한 내부거래 정리, 합리적인 경영진 보상체계 개편도 함께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에는 배당과 자사주 관련 내용만 담겼다.

나머지 두 사안에 대한 회사 입장은 별도로 오갔다. 영원무역은 지난달 31일 쿼드자산운용에 답변서를 회신했고, 내부거래와 경영진 보상체계에 대한 답변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쿼드자산운용은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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