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유례 없는 폭염이 농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오이와 시금치 등 폭염에 민감한 채소류에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더위가 불러오는 물가 상승)'이 추석 장바구니 물가의 변수로 부상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배추 상품 1포기 소매가격은 4512원으로 한 달 전(3509원)보다 28.6% 올랐다. 이달 초 4130원 수준이었던 가격도 40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6923원보다는 34.8%, 평년 6365원보다는 29.1% 각각 낮다. 최근 폭염 영향 등으로 단기간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 예년의 높은 여름철 가격 수준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대파도 상품 1㎏ 가격이 3125원으로 한 달 전 2841원보다 10% 상승했다. 반면 전년보다는 2.0%, 평년보다는 1.8% 낮았다.
추석 대표 성수품인 사과 역시 현재까지는 평년보다 저렴한 가격 흐름이다. 후지 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5513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 올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127원보다는 18.8% 낮았다. 평년 가격 3만1408원과 비교해도 18.8% 저렴하다.
계란 가격도 큰 상승률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30구 기준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 11일 7349원으로 이달 1일 7360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폭염에 따른 산란율 저하 등이 가격 불안 요인으로 꼽히지만 현재 소비자가격에는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폭염의 장기화 여부다. 현재 성수품 공급 전망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여건이 나쁘지 않지만 고온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과일과 채소의 생육 여건이 악화하면서 상품성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영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가뭄이 농작물 작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 8월 하순부터 사과·배 등 성수품 출하가 본격화되는 만큼 향후 수주간 기상 여건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배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이미 단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폭염 여파가 과일 작황까지 번질 경우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산물 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35개 해역 중 31곳에 고수온 특보가 발령됐다. 고수온 경보는 해역의 수온이 28도에 도달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했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과 맞물려 남부지방에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면서 수온이 빠르게 높아져 어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폐사한 양식어류는 183마리로, 총 양식어류의 0.5%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재 폐사 물량 중 시장 출하가 가능한 크기의 어류 비중은 10%로 아직 가격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고수온 피해가 확산되면 수산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불안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추석 전 성수품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성수품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 선제적 대응 강도를 높일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