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미래전략포럼] 임영미 고용실장 "AI는 대체 아닌 협업…청년과 숙련기술 만나야"


<더팩트 미래전략포럼> 연사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인터뷰
청년 첫 경력 지원·중소기업 AI 전환·고용안전망 강화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10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까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산업과 노동시장의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업무 방식과 조직 구조, 채용과 인재 육성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지속 가능한 고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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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은평 기자] 인공지능(AI)이 일터에 들어오면서 청년의 취업부터 산업 현장의 일하는 방식까지 노동시장 전체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단순·반복 업무는 AI로 대체되는 반면, 기존 직무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를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일자리와 직무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변화가 현실화된 뒤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직무와 산업에서 변화가 시작되는지 미리 파악해 훈련과 업무 경험, 고용안전망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만난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지형과 직무 내용을 재편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제2회 더팩트 미래전략포럼'에서 '새 시대, 미래를 여는 AI와 일자리 전략'을 주제로 AI 시대 노동시장 변화와 정부의 대응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팩트>는 임 실장을 만나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변화와 산업 현장 맞춤형 AI 인재 양성, 중소기업 AI 전환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I가 바꾸는 건 '일자리'보다 '일의 내용'

AI 확산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는 이미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지난 3년간 감소한 15~29세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임 실장은 이 같은 현상을 일자리 자체의 소멸보다는 직무 재편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복·정형화된 업무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지만 신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직무가 AI를 다루는 일로 변화하면서 AI 활용 역량이 채용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기업이 직접 훈련과정을 설계·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와 기업 프로젝트 기반 특화훈련인 'AI 캠퍼스' 등을 통해 실무형 AI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AI 교육만으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정부가 기업과 함계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공공 부문의 일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 신규채용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청년의 첫 경력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청년 첫경력 국가책임제'도 준비하고 있다.

AI 전환이 단순히 청년을 기존 노동자의 대체인력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게 임 실장의 지론이다. 특히 현장의 숙련기술과 청년의 AI 역량을 연결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AI 전문인력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인력이 중요하다"며 "도메인 기술을 가진 숙련기술자와 AI 기술을 가진 청년이 현장에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예를 들었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소리와 온도, 습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어떤 조건에서 불량률이 높아지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실제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AI 기술만 아는 사람도, 현장 경험만 가진 사람도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숙련기술자의 현장 경험과 청년의 AI 활용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현장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에서 한 방문객이 AI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송호영 기자

◆중소기업 AI 훈련 지원…생산성 높이고 채용까지

AI전환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조업 기준 AI 활용률은 대기업 약 50% 수준이지만 중소기업은 4.2%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교육 비용이다. 인력이 빠듯해 직원 한 명이 교육을 받으러 자리를 비우는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교육비까지 기업이 부담해야 해 직원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노동부가 실비 기반 훈련 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실장은 "중소기업에서 실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직원을 교육에 보내기 시작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실비기반의 찾아가는 훈련' 예산은 지난해 116억원에서 올해 216억원으로 늘었다.

임 실장은 "중소기업의 AI 전환이 거창한 시스템 구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작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작업자의 부담이나 위험한 작업을 줄이는 것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AI가 기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임 실장은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업은 작업자가 제품을 일일이 눈으로 살펴 불량 여부를 확인하던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AI가 이상 징후를 먼저 찾아내면 작업자가 모니터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AI가 사람 일을 대신하면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자들이 AI가 보내는 신호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교육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임 실장은 "AI를 활용한 모니터로 일이 편해지고 불량률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의 일을 없앤 게 아니라 사람이 하던 일의 방식을 바꾼 셈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수주가 늘었고, 실제 추가 채용으로도 이어졌다.

임 실장은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느냐"라고 말했다. 특히 조선·제조업 등에서는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위험한 작업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되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AI의 활용 가능성을 제조업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며 의료와 AI가 꼭 필요한 영역으로 돌봄 등 서비스 현장을 꼽았다.

임 실장은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동네 병원에서는 예약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처럼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AI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 분야에서도 가족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평소와 다른 말투나 단어 선택 등을 분석해 건강 상태의 변화를 파악하는 식이다.

임 실장은 "AI를 복지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사람이 일일이 갈 수 없는 도서·산간 지역에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의 일자리는 기술 그 자체보다 '어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충격 오기 전에 대응"…직종별 연구·노사 논의도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해 고용 충격이 나타나기 전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국형 AI 노출지수'를 구축해 AI 고노출 직무의 채용공고와 고용 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살펴 노동시장 변화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직종별 AI 영향을 매년 조사하고, AI 도입이 빠른 업종에서는 노사가 직접 직무 변화를 논의하도록 지원한다.

기업 단위로 인사·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어떤 직종이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직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근로자에게도 자신의 직업과 업무가 AI로 인해 어떻게 대체·보완·개선될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현장의 변화를 파악한다. 임 실장은 "이런 조사를 계속 축적하면 직종별 변화와 필요한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업종별 노사 공동 논의도 병행한다. AI 도입이 빠른 업종에서 노사가 함께 어떤 직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고, 노동자에게 어떤 역량과 훈련이 필요한지를 직접 찾아내도록 정부가 포럼 운영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6월 26일 'AX 산업전환시대, 노사공동의 대응과 공정전환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노사대표 초청간담회'를 열었다. 매월 연속 세미나와 현장 간담회를 통해 11월 '보건의료산업 AI 공정전환 노사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 실장은 "AI가 도입되면 간호사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현장에서는 잘 모를 수 있다"며 "노사가 함께 직무 변화를 살펴보고 필요한 역량과 훈련이 무엇인지 찾아내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는 중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훨씬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노사가 직접 직무 변화를 논의하고 필요한 훈련을 찾아내면 그 결과를 재직자 훈련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10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전환기 안전망 강화..."생산성 높아진 만큼 사람에 투자해야"

산업전환에 따른 소득 공백을 메우는 고용안전망도 바뀐다. 정부는 2027년부터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기존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전환한다. 월 보수 8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단시간 노동자와 복수 사업장 노동자 등의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 위기가 예상되는 지역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직업훈련과 생계 지원, 신산업 육성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임 실장은 "위기가 발생한 후가 아니라 징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책임을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사정이 합의한 AI 전환 관련 7대 기본원칙을 토대로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각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기업은 AI로 높아진 생산성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도 함께 늘려야 한다"며 "배치전환과 재훈련, 고용유지 등 전환 과정의 과제를 노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산업전환에 따른 소득 공백과 새로운 소득보장 방안 등을 두고 노사정과 전문가가 함께 논의할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 실장은 "AI 전환은 청년을 기존 노동자의 대체인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AI 기술과 현장의 숙련기술을 연결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준비된 전환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pepe@tf.co.kr

'제2회 더팩트미래전략포럼' 참가는 기사 위 링크를 통해 무료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26년 8월 25일(화) 오후 3시 30분

장소 : 서울 마포구 상암동 1622, 중소기업DMC타워 4층 컨벤션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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