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 인상·AI 데이터센터 호재…하반기 반등 노리는 K-철강


포스코·현대제철 2분기 수익성 아쉬워
중국산 공급과잉 여전…첨단산업 중심 신규 수요 확대 기대

국내 철강업계가 상반기 부진했던 수익성 회복을 위해 후반기 반등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 추진과 AI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상반기 부진했던 수익성 회복을 위해 하반기 반등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철강사들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기대되는 철강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와 조선업계는 올해 3분기 후판 가격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철강사 매출과 조선업계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후판 가격은 양 업계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 톤(t)당 7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초 90만원선을 회복한 뒤 최근에는 100만원 수준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반덤핑 관세 조치와 중국의 철강 감산 움직임 등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원료탄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높아진 원가 부담도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정상화에 나서는 것은 상반기 부진했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주요 철강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매출 9조41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조9470억원보다 5.2%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740억원으로 지난해 5130억원에서 46.6% 감소했다. 현대제철 역시 2분기 매출이 6조1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77억원으로 43.3% 줄었다.

반면 동국제강은 계절적 성수기와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산업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동국제강은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9955억원, 영업이익 4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영업이익은 52.3% 증가했다.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는 중국산 범용 철강재의 공급 과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이 지난해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같은 기간 철강 수요 증가량은 340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투자가 새로운 수요처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포스코그룹

전 세계적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철강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투자가 새로운 수요처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업 인프라 투자가 철강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설비, 전력 인프라 등에 대규모 설비가 들어가는 만큼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류뿐 아니라 열연·냉연·후판 등 다양한 철강재가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GW) 건설에 약 18만~20만톤의 철강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1기에도 약 10만톤의 철강재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민간의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철강업계의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 역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산업 인프라 투자가 봉형강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조선업 호황에 따른 후판 판매 증가와 글로벌 수출 확대도 하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중국산 후판 수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2024년 138만1000톤에서 지난해 88만9000톤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30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철강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통한 판가 개선과 AI·반도체 중심의 신규 수요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며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설비 투자도 결국 실제 시설을 지어야 철강 수요가 발생한다"며 "현재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이와 같은 첨단산업 투자인 만큼 하반기에는 관련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정부 주도의 건설 투자 확대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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