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제약 유증 '반토막'에 자금조달 차질…R&D 줄이고 채무상환금 제외


간암 신약 FDA 허가 불발 여파, 발행가 49% 하락
향남 신공장 신축 자금 사수…생산기지 확보에 우선 배분

HLB제약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1200억원에서 60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투자 전략을 전면 재편했다. 사진은 HLB 사옥. /HL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HLB제약이 추진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1200억원에서 60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간암 신약 미국 허가 불발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줄어든 조달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채무상환보다 생산시설 투자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재편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LB제약은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1차 예정 발행가액을 5650원으로 정했다. 이는 당초 예정 발행가액이었던 1만1150원보다 49.3% 낮아진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신주 발행 규모는 기존 1076만2332주로 동일하지만 전체 모집 총액은 1200억원에서 60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 축소는 그룹 계열사인 HLB의 간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면서 급락한 주가 영향을 받았다. HLB제약 주가는 지난달 승인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틀 만에 약 50% 가까이 폭락했으며, 1차 발행가 산정 기준일까지 기존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 기준으로 신주 발행가가 결정되는 구조다. 주가가 낮아질수록 발행가도 함께 떨어지고, 발행 주식 수가 동일하면 조달 금액도 감소한다.

HLB제약은 확보한 자금의 사용 계획도 대폭 수정했다. HLB제약은 자금 집행 순위를 시설투자, 운영자금 순으로 재편하고 생산기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수정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조달 자금 609억원 가운데 향남 신공장 신축에 투입되는 시설자금 550억원은 원안대로 유지됐다. 회사는 조달 규모가 계획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설투자를 가장 먼저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HLB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주요 목적이 신공장 건설 자금이었던 만큼 공장 건설은 최우선 목표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운영자금은 당초 약 500억원에서 59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연구개발(250억원)과 원부자재 구입 및 외주가공비(250억원)에 분산 배치됐던 계획을 수정해 원부자재 및 외주비 항목을 전액 삭제했다. 당초 계획했던 15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 상환 자금도 지출 목록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HLB제약이 시설투자를 최우선으로 유지한 배경에는 생산능력 확대가 향후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2년 준공된 기존 남양주 공장은 그린벨트 부지에 위치해 증·개축이 불가능하고 포장공정 가동률이 90%를 넘어서는 등 추가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재 전체 생산 물량의 약 40%를 외주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향남 신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3억정에서 최소 7억정 규모로 대폭 늘어난다. 회사는 외주 생산 품목을 자사 생산으로 전환해 원가를 낮추고 최신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기준에 맞는 생산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회사는 신공장 가동률이 80% 수준에 도달하면 전체 의약품 원가율이 약 2%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줄어든 연구개발 자금은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 자사 생산 전환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장기지속형 주사제(SMEB) 플랫폼 등 핵심 과제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고혈압·고지혈 복합제와 신경병증성 통증 복합제 개발에 7억원, 퍼스트제네릭에 25억원,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19억원 등이 배정됐다. 당초 포함되었던 점안제 개량신약 개발 등 일부 과제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HLB제약이 생산 기반 확보를 통한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과 의약품 유통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봤다. HLB관계자는 "부족한 R&D 재원은 이번 조달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업현금흐름 개선과 낮은 부채비율을 활용한 추가 조달 등 다양한 경로로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대주주인 HLB생명과학의 유동성 부담은 변수다. HLB생명과학은 HLB제약 유증 배정 물량 가운데 절반만 청약하기로 결정했다. HLB제약 주가 급락 이후 담보로 제공한 HLB제약 주식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기존 전환사채 상환과 계열사 투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증이 완료되면 HLB생명과학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기존 20.93%에서 18.35%로 낮아지게 된다.

최종 조달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9월8일 주주 청약 직전 다시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실제 모집금액도 감소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최종 발행가가 더 낮아질 경우 실제 확보 자금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며 "향남 신공장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하더라도 연구개발과 차입금 상환 등 후순위 투자 일정은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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