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 증가로 카드업계 수익원으로 떠오른 해외카드 매입대행 시장에도 볕이 들고 있다. 매입대행은 외국인이 자국에서 발급받은 카드로 국내에서 결제할 때 결제·정산을 대신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수록 카드사의 수익 기회도 커지는 구조다.
지난 4일 오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E게이트 앞. 늦은 시간이었지만 입국장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귀국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부터 여행 가방을 끌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걸음이 분주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자유여행객들의 발길은 공항버스 무인발권기로 향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위챗페이(WeChat Pay)로 버스표를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용카드를 꺼내 드는 이용객도 적지 않았다. 입국장 편의점에서도 생수를 사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미는 일본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반면 환전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자동현금인출기(ATM) 이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직원에게 문의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현금을 바꾸기 위해 환전 창구를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카드와 QR 간편결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튿날인 5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36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화장품 매장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식당에도 외국인 손님들이 자리를 채웠다. 캐리어에 부착할 이름표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팬시숍 등 여행객을 겨냥한 매장에서도 휴대용 신용카드 단말기로 결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카드업계도 관련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급된 신용카드의 결제를 국내에서 대신 처리하고 정산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국내 전업카드사 가운데서는 비씨카드와 하나카드가 대표적인 해외카드 매입대행 사업자로 손꼽힌다.
매입대행은 외국인이 자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를 한국에서 사용할 경우 국내 카드사가 결제와 정산을 대신 처리하는 사업이다. 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벤(VAN)사를 거쳐 국내 매입사로 승인 요청이 전달된다. 매입사는 국제 브랜드사를 통해 해외 카드 발급사의 승인을 받은 뒤 가맹점에 먼저 결제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비자(VISA), 마스터(MASTER) 등 국제 브랜드사와 해외 발급사 간 정산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국제 브랜드사와의 계약 방식이나 정산 구조, 수익 배분 비율 등은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 해외 카드 결제 대금을 대신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해외 카드 사용액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도 확대되는 구조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매입대행 사업자는 비씨카드와 하나카드다. 비씨카드는 가맹점 네트워크와 국제 브랜드사와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어 하나카드는 외환은행 시절부터 쌓은 외환·국제결제 역량을 강점으로 매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해외 카드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본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매입대행을 둘러싼 카드업계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비씨카드와 하나카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해외카드 결제 규모가 늘어나는 흐름인 만큼,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진출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 카드사가 보유한 국제결제 역량과 사업 전략에 따라 매입대행 사업의 강약을 조절할 전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씨카드와 하나카드의 매입대행 비중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시장 규모만 보고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국제결제 인프라와 가맹점 네트워크 등 각 사의 강점, 사업 방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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