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국내 증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로의 쏠림 완화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로 묶인 개인 자금이 코스피와 코스닥 중 어느 시장으로 흘러들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1조2477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 상향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거래대금 1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상향 첫날인 지난달 31일 3조1518억원과 비교해도 60.4% 줄었다.
거래량도 감소했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달 30일 4억8889만주, 지난달 31일 1억1692만주가 거래됐지만, 이날 거래량은 4400만주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하면 9% 안팎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매도시 실제 현금이 입금되는 T+2일부터 예탁금으로 인정되도록 해 당일 회전매매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가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로 묶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중 어느 시장으로 유입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급 충격을 거세게 맞은 코스닥 시장에 무게가 실린다. 코스닥은 지난 4월27일 장중 1229.42까지 오르며 '3000스닥' 기대가 부풀었지만 이후 핵심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성장 기대에 의존하는 코스닥 중소형주 대신 영업이익이 실시간 확인되는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이동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는 이러한 수급 쏠림을 심화했고 이에 따라 코스닥은 7월 한 달 동안 21.4% 급락하며 역대 일곱 번째로 큰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올해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규제로 감소한 자금이 모두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형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의 자금 효율 및 접근성이 낮아지면 중소형 성장주 투자의 상대적 기회비용도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우위를 보인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등이 맞물려 그동안 수급과 재료가 소외됐던 코스닥에 자금이 유입됐다"며 "로봇과 헬스케어 업종 호조 속 코스피보다 아웃퍼폼(초과 성과달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고 짚었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에 따른 코스닥 수혜가 크지 않을 거란 의견도 제기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다른 ETF로 갈아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고 ETF 외의 개별 종목으로 갈아타는 신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ETF 투자를 많이 할 수록 코스닥 거래대금 전체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이는 코스닥의 수급 공백을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코스피 내 순환매가 확대될 거란 주장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한 쏠림이 다른 ETF로 확산되면 코스피 내 ADR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ADR은 최근 20거래일간 상승 종목 수 합계를 하락 종목 수 합계로 나눈 지표다. ADR이 100%면 상승·하락 종목 수의 누적 합계가 같다는 뜻이어서 균형선으로 통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2일(현지시간) 최근 부침을 겪는 코스피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였다. 최근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공지능(AI)과 산업 슈퍼사이클에 다시 진입할 기회가 열렸다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 전략가팀은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헤지펀드 레버리지, 개인 신용거래 청산 과정이 이미 반환점을 지났다"며 "레버리지 청산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 실적과 AI 반도체 업황 개선이 다시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쏠림 완화 현상이 그동안 낙폭이 과대됐던 종목들의 상승 여부에 끼칠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어느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지보다도 그동안 낙폭이 과대됐던 종목들이 얼마나 상승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3일 코스피 지수는 5% 하락 마감했지만 상승 종목 개수가 하락 종목 개수보다 많았다. 앞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쏠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완화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져서 마이너스라고 해도 코스피에서 상승 종목 수가 많으면 지수가 올라가는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