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시총 2800조 증발, 세계 낙폭 1위 코스피…외인도 돌아선 '정책 리스크'


샤프지수 악화에 위험 대비 투자매력 급감
금투업계 "AI 악재보다 국내 정책 영향 더 커"
씨티 "개인 56조 손실 추정"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0일 전 거래일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9385.59)와 비교하면 약 40% 하락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글로벌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유독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위험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샤프지수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도 인공지능(AI) 투자심리 둔화와 반도체 업황 우려라는 같은 악재를 겪었지만, 최근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각각 낙폭 1·2위를 기록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0일 전 거래일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9385.59)와 비교하면 약 40%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7449조5930억원에서 약 4600조원대로 감소했다. 한 달여 만에 약 280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반면 중국 선전성분지수는 약 17%,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 가권지수는 10% 안팎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만 유독 낙폭이 컸던 배경으로 AI 업황 둔화나 중국 반도체 기업 부상 등 대외 변수 외에 국내 정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편중된 시장 구조에 더해 정부가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수급 왜곡을 키우며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반복적으로 매매하는 구조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확대하지만 하락장에서는 기계적인 리밸런싱 매도가 추가 매도 압력으로 이어져 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출시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도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 투자로 약 387억달러(약 56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지난달 22일 약 525억달러에서 최근 190억달러로 급감했다. 시가총액 감소 이후에도 62억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실제 손실 규모는 약 387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씨티는 코스피·코스닥 신용융자 잔액도 지난 27일 기준 32조7000억원에 달하며 연초 이후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약 6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개인투자자의 추가 투매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한국 증시의 급락 배경에 주목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한국 증시, 개인 투자자 매도 폭풍 속 이틀 만에 16% 폭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스피 급락과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을 집중 조명했다. AI 투자 기대 약화와 중국 반도체 기업 부상을 하락 배경으로 언급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폭락 이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접근을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한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또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2000년 이후 코스피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발생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한국 증시의 이례적인 변동성을 설명했다. 결혼 자금을 투자했다가 40%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와 수억원의 평가이익이 손실로 바뀐 사례도 함께 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이른바 노답 삼형제로 지칭하며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뉴시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샤프지수 악화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샤프지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크게 낮아졌고, 이는 한국 시장을 회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심리 둔화나 반도체 업황 우려는 주요국이 모두 겪고 있는 변수"라며 "그런데도 한국만 세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는 것은 시장 구조와 정책적 요인이 충격을 더욱 키웠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정책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이른바 '노답 삼형제'로 지칭하며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증시가 홀짝 도박판이 됐다"며 "단순한 실정을 넘어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혼란의 도화선이자 증폭기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며 "김용범 정책실장은 '레버리지 ETF만이 원인은 아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규제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으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 혼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규 상장 중단과 기본예탁금 상향 등 보완대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시장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정책을 설계하거나 시장 감독을 맡은 당국자들이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대외 변수만 강조하는 모습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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