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까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산업과 노동시장의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업무 방식과 조직 구조, 채용과 인재 육성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지속 가능한 고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2022년 등장한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자연스러운 대화와 방대한 정보의 요약, 결과물 생성까지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생성형 AI를 업무 현장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챗GPT가 촉발한 변화가 일상이 된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이제 AI는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요약하는 보조 도구를 넘어, 스스로 업무를 찾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가 기업 현장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문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AI 전략을 설계해 온 인물이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국내 인터넷 산업의 성장 과정과 함께해 온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가다. 인터넷 벤처 업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콘텐츠·서비스 기획과 신규 플랫폼 전략을 담당했다. 2013년부터 SK그룹에 합류해 신사업 전략과 디지털 전환, AI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SK그룹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AI 위원회 부사장으로 그룹의 AI 전략 수립과 산업 변화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ICT 계열사의 AI 역량을 연결하고, 기술과 시장 변화를 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이다.
김 부사장은 오는 8월25일 열리는 '제2회 더팩트미래전략포럼'에도 연사로 나선다. 이번 포럼은 '새 시대, 미래를 여는 AI와 일자리 전략'을 주제로 AI가 산업과 기업, 개인의 일자리에 불러올 변화를 조망하는 자리다. 김 부사장은 기업 현장의 AI 전환과 조직문화의 변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와 리더의 조건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팩트>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김 부사장을 만나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은 기업 현장의 변화와 AI 시대 인재상, SK그룹의 AI 전략, 피지컬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보조 도구 넘어 업무 주체로…기업의 모든 것이 바뀐다"
김 부사장은 생성형 AI 도입 이후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짚었다. 회의록 작성처럼 보조형 도구로서는 물론이고,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변동, 기업 관련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여론을 파악하는 등 능동적인 'AI 에이전트' 도입 역시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기업 현장의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회의, 보고 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며 "AI가 일부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의 주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생성형 AI가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사용하는 범용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개인의 데이터와 업무 수행 방식에 맞춰진 '나만의 AI'에 가깝다"며 "AI가 기업의 업무 방식뿐 아니라 조직 운영과 기업문화까지 변화시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주니어는 '통찰력', 리더는 'AI 리터러시'가 핵심 역량으로
AI 활용 능력이 업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면서,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다만,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리더급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은 명확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는 마케팅팀은 마케팅, 영업팀은 영업, 재무조직은 숫자만 잘 알면 됐지만 이제 개별적인 지식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주니어 연차의 경우, 하나의 직무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해석하며,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시장의 수요, 그리고 비즈니스 문제를 잘 정의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AI 시대의 인재상은 다양한 AI 모델 중 특정 문제를 풀 수 있는 모델을 잘 선택하고, 전체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신입사원과 반대 방향에 가깝다. 리더는 이미 시장의 흐름과 조직의 구조를 이해하고, 부서 간 업무를 조율하거나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것은 기존의 경험과 통찰을 AI에 연결하는 능력이다.
김 부사장은 "리더는 이미 돌아가는 판을 꿰뚫고 있고, 조직을 운영하거나 사업의 문제를 정의하는 데는 전문가"라며 "그러므로 오히려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AI 리터러시"라고 말했다.
이어 "리더가 오히려 AI를 잘 써야 하고, 잘 쓸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고, 우리 회사에 적합한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만들지, 그리고 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부사장은 직급과 관계없이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공통 역량으로 △질문과 과제에 적합한 AI 모델을 선택하는 능력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능력 △AI와의 작업을 언제 끝낼지 판단하는 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SK그룹의 경우, 그룹 내 교육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활용해 AI 시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마이써니에서 운영된 교육의 60% 이상이 AI와 디지털 리터리시와 관련된 과정으로 구성됐을 정도다.
김 부사장은 "마이써니를 통해 각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를 쓸 수 있게끔 교육하고 있다"며 "일방향적인 교육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도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황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교육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풀스택 AI로 국가 경쟁력 확보
김 부사장은 AI 경쟁이 이제 개별 서비스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는 사례로 SK그룹의 '풀스택 AI' 전략을 꼽았다. 풀스택 AI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부터 클라우드, AI 모델,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까지 AI 생태계의 전 영역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각 계층의 자산을 개별적으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연계해 기술과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김 부사장은 "AI 산업은 크게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이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과 같은 AI 모델, 최종 이용자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다"며 "이러한 자산을 모두 갖춘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SK AX는 기업용 AI와 클라우드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거대언어모델과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 등 모델과 서비스 역량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풀스택 AI 전략은 개별 기업의 성장 전략을 넘어 국내 AI 생태계와도 연결된다. 김 부사장은 독자적인 AI 인프라와 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이 해외 사업자의 기술과 정책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자체 데이터센터와 모델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국방과 공공, 제조, 금융 등 중요한 산업에서 해외 AI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려면 소버린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AI 생태계는 특정 기업이 하나의 모델이나 서비스를 잘 만든다고 완성되는 구조가 아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육성하고 국내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AI 경쟁의 병목 지점으로 GPU 확보뿐 아니라 전력과 네트워크, 산업 데이터 확보 등을 꼽았다. AI가 현실 산업으로 확산될수록 연산 자원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와 데이터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특히 AI를 현실 산업에 적용하려면 공장과 물류, 에너지 등 현장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제조업과 ICT 인프라에 강점이 있는 만큼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향후 피지컬 AI 경쟁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피지컬 AI' 입은 로봇, 사람 대체까지 최소 3~5년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에 이은 다음 변화로는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처럼 AI가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단계다.
김 부사장은 피지컬 AI가 산업 구조와 일자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현장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기존 공장 설비 전체를 자동화하는 방식과는 다르다"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과 도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작업 현장에 투입돼 인간의 역할을 수행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 시연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상용화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려면 안전성과 정밀도, 비용 효율성, 장시간 작동 능력 등이 모두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공개되는 로봇 기술을 보면 곧바로 사람을 대체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제한된 환경의 시연과 변수가 많은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실제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기까지는 최소 3~5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가 키운 역량 격차…조직 내 부익부 빈익빈 경계해야
김 부사장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만큼 조직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격차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반복·단순 업무를 대체하면서 핵심 인재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지지만,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구성원은 주요 업무에서 배제돼 성장 기회마저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업무가 몰리고, 그렇지 못한 구성원은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조직 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조직을 갉아 먹고, 역량이 훌륭한 사람은 업무를 독점하며 번아웃에 노출되거나, 확증편향에 빠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상실하는 지름길이며, 현재 시점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제2회 더팩트미래전략포럼' 참가는 기사 위 링크를 통해 무료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26년 8월 25일(화) 오후 3시 30분
장소 : 서울 마포구 상암동 1622, 중소기업DMC타워 4층 컨벤션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