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 강화를 앞두고 투자비중 20% 제한과 모의거래, 선행 투자경험 요건 등 추가 규제 후보를 공개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상장폐지에는 선을 그은 상황에서 책임의 무게가 개인에만 쏠리는 모양새다.
◆ 3000만원도 시행 전인데…투자한도부터 교육·모의거래·경험까지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및 증권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억원 위원장은 "수요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 조치도 미리 검토·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예탁금 강화 이후에도 수요가 줄지 않으면 규제 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오는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한다. 기존에는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대용증권을 포함해 1000만원을 충족하면 거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현금만 인정된다.
주식을 매도한 대금은 결제가 끝나는 이틀 뒤에야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된다. 매도대금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금액 역시 예탁금에서 제외된다. 보유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곧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추가 매수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기본예탁금 강화가 시행되기도 전에 추가 규제 후보를 공개했다. 대표적인 방안은 개인의 금융투자상품 총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다. 현금 3000만원으로 진입 문턱을 높인 뒤 투자금액에도 별도 상한을 두는 구조다.
예컨대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총 1억원을 투자한 개인이라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액을 최대 2000만원으로 제한할 수 있다. 다만 20%는 확정된 기준이 아니라 금융위가 추가 조치의 예시로 제시한 수치다. 실제 도입 여부와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투자요건을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의무교육을 한 차례 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다시 받도록 하거나, 현재 선물·파생상품과 공매도 등에 적용되는 사전 모의거래를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도 도입하는 방식이다.
일정한 선행 투자경험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현금 보유액뿐 아니라 교육 이력과 모의거래, 과거 투자 경험까지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인투자자가 넘어야 할 문턱이 여러 겹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불분명하다. 여러 증권사에 나뉜 계좌와 국내외 상장 상품을 어떻게 합산할지, 시장가격 변동으로 투자 비중이 20%를 넘을 경우 추가 매수만 막을지 기존 물량까지 줄이게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설계가 끝나지 않은 규제 아이디어부터 시장에 던진 셈이다.
◆ 개인은 규제, 업계는 '자율 조정'…책임 무게 다르나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도 시장 안정 조치를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자산운용사에 장 종료 직전에 집중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 정해진 배율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주식 보유량을 조정한다. 관련 주문이 종가 부근에 몰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장 막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금융위는 리밸런싱을 장중으로 앞당기면 추적오차와 펀드 수익률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종가 변동성과 다른 투자자의 예측매매를 줄일 수 있다면 펀드 수익률의 안정성을 높이고 운용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맡은 증권사에는 호가 물량과 빈도를 조절해 불필요한 거래를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는 한 종목당 20개가 넘는 LP가 참여하면서 LP 간 거래체결과 차익거래가 증가해 거래금액이 과도해졌다는 시장 평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장에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증권사들이 호가 단위와 물량·빈도를 스스로 조절해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와 운용사도 시장 영향을 분석해 자율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하면 추적오차가 커질 수 있고, LP 거래를 지나치게 줄이면 유동성이 낮아지거나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예탁금과 투자한도 규제와 달리 업계에는 자율적인 개선을 요청하고 있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개인과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 김용범 이어 與도 '상폐' 선긋기…퇴출은 선택지 밖으로
현재 당청은 개인의 진입과 거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레버리지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예탁금과 투자비중, 교육·경험 요건 등을 직접 부과하면서, 정작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존 상품의 퇴출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폐지 요구와 관련해 "상장폐지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투자자들이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10조원 이상으로 커진 만큼, 상폐가 또 다른 시장 충격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폐가 이뤄지면 상품 청산과 헤지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기초자산 관련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기존 투자자의 손익도 특정 시점에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시장 충격을 고려하면 상폐를 정책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지난 27일에도 주요 보완 조치가 오는 31일부터 앞당겨 시행되는 만큼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행 결과를 살펴본 뒤 필요하면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상품의 퇴출은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도 즉각적인 상폐보다 보완책의 효과를 먼저 확인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 특위는 지난 2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후 백브리핑에서 "당장 급하게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상폐보다 상품성을 낮추고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폐를 일찌감치 제외한 채 투자자 규제만 계속 덧대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운용 구조와 리밸런싱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개인의 자금과 거래 자격만 제한하면 거래량은 줄일 수 있어도 변동성의 원인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상폐를 배제하려면 기존 상품을 유지해야 하는 근거와 보완책의 성패를 판단할 기준부터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