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승부수 통했다…엔비디아 투자 업고 AI 인프라 시장 공략 '속도'


엔비디아, 네이버 3대 주주 등극…브룩필드와 AI 인프라 확보
'풀스택 AI' 강화…2027년 AI팩토리 수익화 시동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네이버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추진해온 글로벌 AI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와 브룩필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아울러, 네이버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보통주 724만1564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20만4500원으로, 예상 조달액은 1조4808억9983만8000원이다. 엔비디아가 지급할 총 인수대금은 10억달러다.

네이버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22년 만이며,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엔비디아는 네이버 지분 약 4.5%를 획득해 회사의 3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는 지난 달 양사가 발표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팩토리 구축 협약'의 후속 조치다. 네이버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AI팩토리 구축에 모두 투입할 계획이다. 연도별 예정 금액은 올해 약 50억원, 내년 약 6920억원, 2028년 이후 약 7838억원이다.

9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비용 조달에는 글로벌 대체투자사 브룩필드가 참여한다. 네이버는 브룩필드와의 사전계약을 통해 수백 MW(메가와트)의 AI팩토리 운용을 위한 인프라 자원을 확보한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 글로벌 AI팩토리 가동을 시작으로 관련 매출을 창출하고, 2028년에는 200MW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1GW급 AI 인프라를 구축해 아시아·태평양(APAC)과 유럽, 중동 시장의 소버린 AI 수요를 공략한다는 목표다.

최수연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AI팩토리 고객사 유치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그리는 청사진은 국내 플랫폼 기업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참여하는 '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에 합류했다. 네이버는 네모트론 공동 기술 개발 성과에 자체 데이터와 학습 노하우를 결합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과 글로벌 범용성을 높이는 한편, AI팩토리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로 '풀스택 AI'를 꼽았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 GPU 클러스터 등 하드웨어 운용 능력뿐만 아니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까지 영역의 경험을 갖춘 사업자다. 네이버는 2019년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냉각·전력·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AI 워크로드에 맞춰 모두 내재화했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서비스형 GPU(GPUaaS)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더해 전국 20여 곳에 GPU 상면을 선제적으로 확보·운영하고 있으며, 표준 사양의 서버 체계를 구축해 자원 확보부터 서비스 개시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속도가 기업들의 핵심 요구로 부상한 만큼, 이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오른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을 위해 지분 투자 유치에 관한 전략적 투자협약 MOU(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에 지난해 경영에 전격 복귀한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글로벌 AI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이 의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2017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사내이사직에서도 내려와 해외 사업 기회 발굴과 글로벌 투자에 집중해 왔다.

복귀 직후부터 이 의장은 AI를 네이버의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AI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공유했다.

과거 국정감사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 의장은 복귀 이후 대외 행보도 크게 늘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연쇄 회동이다. 이 의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황 CEO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사흘 뒤에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다시 황 CEO를 맞아 AI팩토리 협력 구상도 공개했다.

이 의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정부 주재 '샌프란시스코 K-AI 서밋'에 참석해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할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AI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jay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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