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다카마쓰=손원태 기자] 이달 중순 찾은 일본 시코쿠 지역의 다카마쓰는 사누키 우동이 탄생한 본고장이다. 인구 40만명 규모의 일본 해안 소도시로, 우리나라 해안 도시 여수와 분위기가 흡사하며 도심 어디서나 바다를 쉽게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낡은 전철 천장에는 구형 선풍기가 매달려 있어 일본 소도시만의 향토적인 정취도 자아낸다.
다카마쓰는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다소 낯선 곳이지만, 거리 곳곳에 들어선 한식당은 뜻밖의 풍경을 연출하며 발길을 잡는다. 한글 간판을 내건 식당은 물론, 일본 현지 음식점도 메뉴판에 김치나 김치볶음밥을 올렸다. K-푸드의 저변과 잠재력이 일본 지방 소도시의 골목상권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던 셈이다.
다카마쓰역에서 시작해 효고마치와 마루가메마치로 이어지는 상점가가 대표 사례다. 거리 골목에는 낙곱새(낙지·곱창·새우), 삼겹살, 김밥, 치즈볼 등 한국의 대중적인 외식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줄지어 섰다.
특히 낙곱새를 파는 한식당은 입구에 '장모님의 마음으로'라는 명패를 달아 정겨움도 주었다. 일본 현지인들은 한국식 은수저로 찌개를 떠먹거나, 소주를 곁들이는 등 국내 여느 먹자골목과 다를 바 없는 친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유메타운'에서도 한국의 익숙한 김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곳 푸드코트에는 해외 음식으로 한식이 유일하게 입점해 돌솥비빔밥과 김치찌개 등을 내놓고 있었다.
또한 여름 특선 메뉴로 냉면을 맛보기 위해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목격됐다. 비빔밥이나 찌개는 고추장 맵기를 세분화해 조절할 수 있었으며, 냉면에도 식초가 함께 제공돼 영락없는 한식당의 형세를 갖췄다.
한식을 먹는 일본인들의 나이대도 남녀노소 다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년의 일본인 여성은 돌솥비빔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음식으로 나물과 계란, 고기 등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다카마쓰 명물인 '호네츠키도리(닭다리 구이)' 전문점이나 일본 현지식인 '야키니쿠' 식당에서도 메뉴판에 김치가 곁들임으로 등장했다. 맛은 한국의 겉절이와 유사하나, 매운맛을 줄이고 단맛을 살린 점이 달랐다.
◆ 치킨·버거 이어 커피도 열도로…K-외식 일본인 잡을까
이처럼 인구 40만명 규모의 해안 소도시 거리 곳곳과 쇼핑몰 푸드코트까지 한식 메뉴가 들어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모습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앞다퉈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게 된 배경을 직관적으로 방증한다.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식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외식 업계는 일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치킨에서는 BBQ가 지난 2017년 일본 시장에 재진입하며 현재 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치킨을 먹는 장면이 유행을 타 일본 현지인들의 인기를 끌었다.
버거 프랜차이즈로는 맘스터치가 최근 들어 일본 사업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2023년 10월 일본 도쿄 시부야 팝업을 시작으로 현지에서 5개의 매장을 구축했다. 버거와 치킨, 피자를 동시에 판매하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모델을 도입해 요일이나 시간대에 관계없이 일본 현지인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맘스터치의 일본 시부야 1호점은 2024년 4월 개장 후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144만명, 누적 매출 104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갔다. 이에 맘스터치는 도쿄를 비롯한 관동 지역에 연내 11개 매장을 추가 출점해 총 16개 점포를 확보하고, 내년 말까지 일본 전역에 100곳을 둘 계획이다. 일본 법인명도 '맘스터치 재팬'으로 변경했다.
더본코리아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도 신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영문명인 'Paik’s DABANG'으로 바꾸며 내달 일본 도쿄에 1호점 출점을 목표로 연내 2호점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신전떡볶이와 설빙, 네네치킨, 새마을식당 등도 일본에서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가MGC커피 역시 현지 법인을 세우는 등 출점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소도시 골목에서 확인한 K-외식의 높은 잠재력 뒤에는, 현지 시장의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도 공존한다. 외식 업계는 일본 현지인들의 보수적인 소비 성향과 높은 임대료로 초기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앞다퉈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현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잇따라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외식 시장은 가라아케나 야키니쿠 같은 튀김과 구이 문화가 발달해 있어 한식이 유행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식습관을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높은 임대료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매장 규모를 최적화하고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이 동반돼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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