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을 조기에 높인다. 신규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현금 보유액을 투자자 보호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 8월 예정 조치 앞당겼다…매도대금도 이틀 뒤 인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24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오는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기본예탁금 상향은 8월 5일, 주식과 ETF·채권 등 대용증권 제외는 8월 19일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전산 개발 일정을 앞당기면서 두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인 일반투자자가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면 주문 시점에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 국내 상장 상품에만 규제를 적용할 경우 투자 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현금 인정 방식도 강화된다. 현재는 주식 등 대용증권을 매도하면 결제가 끝나지 않아도 매도 당일 해당 금액을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한다. 앞으로는 거래일 기준 이틀 뒤인 T+2일에 결제가 완료돼 현금이 실제로 입금돼야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된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해 3000만원 이상의 대금을 확보하더라도 매도 당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현금이 계좌에 들어올 때까지 이틀을 기다리거나 외부에서 별도 자금을 넣어야 한다. 반면 주식을 새로 매수한 금액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주문 당일 예탁금에서 즉시 빠진다.
매도대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도 기본예탁금에서 제외된다. 주식을 매도한 뒤 곧바로 레버리지 상품을 사거나 매도대금담보대출로 현금 기준을 우회하는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가 단기 회전매매를 줄이는 데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상품 상장 잠정 중단과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금지는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국내 상품의 LP 괴리율 관리 의무 기준을 3%에서 2%로 강화하는 조치는 8월 19일 적용된다. 투자유의종목 지정 절차와 괴리율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한 페널티도 함께 강화된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초 11월 중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금융당국은 단주 처리와 전산 개발 일정을 단축해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 주식 1억원 있어도 '예탁금 0원'…현금 기준만 남는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이다. 현금뿐 아니라 계좌에 보유한 주식과 일반 ETF, 채권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도 예탁금으로 인정된다. 예컨대 15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105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갖춘 것으로 계산된다. 별도 현금이 없어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구조다.
새 기준에서는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높아지고 대용증권 인정은 사라진다. 주식이나 채권을 1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어도 현금이 없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적용되는 예탁금은 0원으로 계산된다.
기존 투자자도 예외는 아니다. 보유 상품을 매도하는 데는 제한이 없지만 수량을 늘리거나 손실 구간에서 추가 매수하려면 강화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보유분을 처분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는 아니지만 이른바 '물타기'를 포함한 추가 대응은 제한되는 셈이다.
거래 경험에 따른 예탁금 완화도 금지된다. 현재는 증권사가 통상 거래 시작 후 3개월이 지난 투자자의 거래 경험과 위험 감수 능력 등을 고려해 기준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는 예탁금 기준을 완화할 수 없으며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더 높이는 것만 가능하다.
규제가 시행되면 별도 현금이 부족한 투자자의 신규·추가 매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한 개인은 금융자산 규모가 충분하더라도 보유 자산을 처분한 뒤 결제를 기다리거나 외부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 진입은 막겠지만…'위험 감내 능력' 가를 수 있을까
문제는 현금 보유액이 투자자의 위험 이해도와 손실 감내 능력을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이냐는 점이다. 필수 교육을 이수했더라도 금융자산이 현금 외 자산에 집중돼 있다면 거래가 제한되는 반면, 실제 상품 이해도나 전체 재무 상태는 현금 요건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투자 적합성보다 현금 동원 능력에 따라 거래 자격이 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지는 이유다. 투자 경험과 위험 인식을 세밀하게 평가하기보다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금력이 낮은 투자자만 시장에서 밀어낼 수 있다는 비판도 인다.
현금 3000만원이 손실 감내 능력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동일한 현금을 보유하더라도 투자자의 소득과 부채, 전체 금융자산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실제 위험 부담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거래 감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주식의 변동성 완화로 이어질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투자자끼리 ETF를 사고파는 장내 거래가 모두 기초주식 주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 영향을 판단하려면 ETF 설정·환매와 자산운용사·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및 리밸런싱 주문이 기초주식 수급에 미친 영향을 따로 분석해야 한다. 상품 거래대금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초주식의 변동성까지 완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음의 복리효과로 손실이 누적되는 만큼 일정한 진입장벽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해 손실도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탓이다.
금융당국도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경우에만 거래하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사전교육 강화, 매매 단위 확대가 모두 고위험 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진입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