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승계 본격화했지만…'지배구조 개선안' 지연에 셈법 복잡


이찬진 "7월 3일 전 발표" 예고했지만 불발
금융위 "내용·일정 미정"…적용 시점·경과규정 조율 관측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계속 미뤄지는 사이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KB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거듭 미뤄지는 가운데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개선과 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 제한 등을 지속적으로 예고하면서 KB금융 역시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작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시점이 확정되지 않아 승계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6월 2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회추위는 내·외부 후보 20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내부 후보 6명과 외부 후보 6명 등 총 12명으로 압축한 뒤 지난 3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했다.

내부 후보에는 양종희 현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4명이 포함됐다. 외부 후보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은 후보 1명이다.

회추위는 다음 달 27일 1차 인터뷰를 통해 후보군을 3명으로 줄이고, 9월 11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자격 검증과 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양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예고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KB금융 승계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금융회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진행해왔다. 논의 착수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최종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7월 3일이 KB금융의 숏리스트 작업이 시작되는 날로 알고 있는데 그 전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정부 내부 검토를 마친 최종안이 보고됐고 은행장 선임 일정에도 차질이 없도록 모범규준과 법 개정안을 함께 제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개선안은 KB금융 숏리스트 발표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지난 22일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금융위는 지난 20일 설명자료를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 및 발표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개선안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 제한, 연임 안건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요건 강화, CEO 승계 절차 개선,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위는 회장 3연임 제한이나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 회장은 이번이 첫 연임 도전인 만큼 장기연임 제한 방안과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연임 심사 기준 강화나 주주총회 의결 요건 변경 등이 즉시 적용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KB금융 승계 절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법 개정 이후 또는 다음 승계 절차부터 적용된다면 양 회장의 연임에는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적용 기준과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KB금융이 불확실성 속에서 승계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미 연임을 확정하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양 회장까지 연임에 성공할 경우 4대 금융지주 모두 현직 회장이 2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개선안 적용 시점을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미 연임 절차를 마친 금융지주에는 기존 기준을 적용하면서 KB금융에만 새로운 잣대를 들이댈 경우 특정 금융사를 겨냥했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시행 시점을 다음 승계 절차로 넘기면 금융당국이 강조해온 지배구조 개선이 정작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장기연임 제한 방식, 기존 연임 횟수 산정 여부, 진행 중인 승계 절차에 대한 경과규정, 법률·감독규정·모범규준 중 적용 수단 등을 놓고 조율이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개선 방향을 계속 언급해온 만큼 KB금융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기준과 적용 시점이 정해지지 않아 시장에서는 결국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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