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1%대로 올라선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하반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과 이자이익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이자 부담을 높여 연체율과 대손비용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 인상으로 늘어날 이자이익을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적립에 따른 건전성 비용이 얼마나 상쇄할지가 하반기 은행 실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10월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한 달 사이 0.10%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법인대출 연체율은 1.11%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상승해 2017년 5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84%로 0.06%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중소법인에서도 부실 압력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대출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새로 발생하는 연체를 은행의 상각·매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000억원 늘었지만,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1000억원 감소했다. 신규 연체액이 정리액의 2배를 넘으면서 연체채권 잔액이 누적될 가능성이 커졌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혀도 중소기업대출의 건전성 저하가 뚜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5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73%로, 관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0.50%였던 연체율은 4월 말 0.65%를 거쳐 5월 말 0.73%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9%,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돼 기업 규모에 따른 건전성 격차도 확대됐다.
부실채권 지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5월 말 중소기업 원화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68%로 대기업 0.30%, 가계 0.27%보다 높았다. 단기 연체뿐 아니라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출까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도 지난 1분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일제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은 0.44%, 신한은행은 0.46%,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61%, NH농협은행은 0.73%였다. 5대 은행 단순 평균은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1분기 말 0.57%로 상승했다.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도 KB국민은행 0.35%, 신한은행 0.32%, 하나은행 0.39%, 우리은행 0.38%, NH농협은행 0.55%로 5대 은행 모두 지난해 말보다 상승했다. 5대 은행 단순 평균은 0.34%에서 0.40%로 0.06%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현재 연체율에 지난 16일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기존 기업대출 금리가 일시에 같은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금리 재산정 시점에 인상분이 적용된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추가 이자 부담이 하반기부터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히 은행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거나 금리가 재산정되는 과정에서 추가 이자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내수 부진과 원자재·인건비 부담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약해진 기업은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상환 여력이 더 빠르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서 새로운 성장 여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건전성 관리의 난도를 높이고 있다.
5대 은행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상반기 관리 목표를 크게 웃돌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주담대 잔액을 1조3149억원 줄여 감액 목표인 1조4096억원에 근접했고, 우리은행은 목표치인 919억원보다 많은 5029억원을 줄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6965억원과 2269억원 감소시켰지만 감액 목표에는 미달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주담대가 목표치인 2600억원을 크게 웃도는 1조6954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 은행들은 기업금융 확대를 통해 이자이익 기반을 넓힐 유인이 커진다. 그러나 건전성 방어를 위해 우량 대기업 대출에 집중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중소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위험가중자산(RWA)과 충당금 부담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도 기업대출 확대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연체율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에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과 충분한 대손충당금·자본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권 실적은 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이자이익을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적립에 따른 건전성 비용이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별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연체율뿐 아니라 신규 연체 발생액,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채권 상·매각 규모와 대손비용률을 함께 비교해야 실제 건전성 관리 능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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