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동맹'을 다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조정을 받은 반도체주의 주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AI 과잉 투자론과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를 완화할 계기가 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반도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98% 오른 26만8250원, 3.01% 오른 18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종목은 최근 AI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도 둔화될 수 있다는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17%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28% 이상 밀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AI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를 이유로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의견과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젠슨 황 CEO의 회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이벤트로 평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주 미국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AI 생태계 전반의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들이 협력 의지를 재확인할 경우 최근 확산된 AI 피크아웃 우려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젠슨 황 CEO의 방한 당시에도 AI 협력 기대감이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LG전자, LG, 네이버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다만 당시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AI 협력 기대감에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투자심리 악화가 겹치면서 대부분 종목은 상승분을 반납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장중 30만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20만원 아래로 내려왔고, LG전자 역시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회동 역시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은 될 수 있지만, 결국 실제 사업 협력이나 공급 계약으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은 방한 당시 AI 관련주가 현재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평가하며 투심을 지지했고, SK하이닉스·현대차·LG·네이버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AI 협력 관련 호재가 잇따라 전해졌음에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이 시장을 압도했다"고 짚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도체 업황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글의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 업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7년 1cD램의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 확대와 2028년 상반기 HBM4E 신규 양산이 예정되면서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구조적 제약은 장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 의견, 목표 주가 60만원을 유지한다"며 "구글을 포함한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AI 수요 급증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AI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3년간 빅테크 업체들은 멈출 수 없는 AI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있었지만 실제 펀더멘탈은 보다 단단해지고 있다"며 "2027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HBM 가격도 올해보다 100% 이상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HBM이 이끄는 가격 상승 흐름과 장기공급계약(LTA)이 가져올 메모리 사이클 연장 등을 고려하면 심각한 저평가 국면에 위치한 현 구간을 오히려 한국 반도체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