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놓고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현행 부동산 세금 체계를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와 시민 패널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공급)·15일 금융위원회(금융)에 이어 열린 세 번째 부처별 토론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주택은 기본적으로 사는 곳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물건처럼 하는 일이 생겼다. 정부 정책이 사는 곳에 대한 지원보다는 사는 것을 지원해 온 측면도 있었다"며 "자기가 사는 곳 이외에 다른 여러 개 주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정부가 적극 정책이나 지원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용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도와주겠다"며 "주택 공급을 많이 늘리고 주택을 사는 것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해주려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택 수 아닌 가액 기준으로 과세해야"
기조발제를 맡은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급변한 주택 시장 환경에 맞춰 부동산 세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30억원짜리 초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경우와 10억원짜리 주택 세 채를 보유한 경우 과세표준이 같더라도 현행 세법은 1주택자에게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과세 기준의 형평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둘러싼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주택 과세에서 거주 목적 주택과 투자 목적 주택을 구분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는 가구별 보유 주택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거주 여부를 반영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같은 공시가격 합계라도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라며 "주택 수가 아닌 공시가격 등 가액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 보유세·양도세 개편 필요성 한목소리
보유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까지 강화하는 것을 징벌적 과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도 병행해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유세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문 연구위원은 "보유세는 상당히 효율적인 세금"이라며 "보유세가 높은 나라일수록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변동성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는 동결 효과로 시장을 왜곡한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매물이 늘었다가 이후 감소한 사례처럼 거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 연구소장은 "보유세를 보편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강도는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보편적인 강화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양도차익 자체를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보유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봤다. 함 랩장은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제한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재산세는 60%·종부세는 80% 수준으로 높이고 불필요한 공제는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현행 제도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 보유만으로도 최대 40%의 공제를 받을 수 있어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며 "보유 기간 중심 공제는 폐지하고 실거주 중심의 장기거주특별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끝으로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한 부처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마쳤다.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는 앞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기반으로 향후 부동산 정책과 세제 개편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